키와 배기량은 비례한다 … 농구선수의 애마법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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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LG)은 2억6000만원짜리 벤츠 600 시리즈를 몬다. 김주성(동부)은 아우디 A8(약 1억3000만원)을 타고 추승균(KCC)은 미군용 차를 개조해 만든 허머 H2(약 1억원)를 타고 거리를 누빈다. 삼성 이상민은 약 2억원짜리 벤츠 CL63을 탄다. 농구선수들은 코트에서보다 도로에서 더 화려한 것 같다.


◆차 선택 기준은 안전 제일=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 중 차에 관심이 많은 선수가 꽤 있다. 그러나 폼 잡으려고 비싼 차를 타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몸이 재산이라 튼튼한 차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무래도 비싼 수입차가 덩치도 크고 안전하다고 여긴다.

차는 절세의 수단이기도 하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세금이 적지 않은데 자동차를 리스해 타면 차 값은 물론 기름 값까지 경비 처리할 수 있다. 리스를 하면 차를 바꾸기도 쉽다. 김승현은 최근 4년 동안 렉서스 RX 330에서 벤츠 M시리즈, 벤츠 S600 시리즈로 세 번이나 애마를 바꿨다.

세단을 타는 선수가 주류다. “경기는 힘들게 하지만 집이나 자동차에선 몸이 편해야 한다”는 이유다. 현주엽과 이규섭은 벤츠 600 시리즈로 최고 럭셔리족이다. 현주엽은 벤츠 600 이외에도 BMW 745, 아우디 등 3대를 모는데 벤츠를 제외하곤 부모님의 차라고 한다.

반면 추승균·신기성(렉서스 RX330)·문경은(BMW X5) 등은 오프로드, 레저용으로 개발된 SUV를 선택했다. 허머를 타는 추승균은 “2000년 경부고속도로 김천에서 사고를 당할 뻔한 다음부터 자동차는 승차감보다 탱크처럼 튼튼한 차를 선택하게 됐다”며 “은퇴하면 평범한 차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차는 성공의 상징이다. 한 팀의 프런트는 “선수들이 비싼 차를 타는 자동차 경쟁은 선수끼리의 자존심 싸움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은 국산차=수입차의 시작은 장신 선수들이었다. 1980년대의 최고 센터 한기범(2m7cm)은 소속팀 기아에서 만든 캐피탈을 타고 다녔는데 너무 작아 앞좌석을 뒷좌석과 닿을 정도로 개조해야 했다. 2m2cm인 박도경 LG 전력분석관은 “당시 장신 선수들은 카니발 같은 차를 탔지만 아무래도 불편했고, 이후 장신 고액 연봉자를 위주로 수입차를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키가 1m80cm로 선수 치고는 작은 황성인은 폴크스바겐 뉴비틀을 탄다.

외국 선수에 비하면 국내 선수들의 차는 소박하다. 데이비드 베컴은 차고가 고급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다. 애스턴 마틴 DB7, 벤틀리 컨티넨털 GT, BMW X5, 페라리 550 마라넬로, 허머 H2 등 약 10대의 최고급 자동차로 가득 차 있다.

국내 젊은 선수들은 국산차를 선호한다. 방성윤(SK)은 연봉(4억8000만원)이 적지 않은 데도 그랜저 TG를 탄다. 박지현(LG)도 렉스톤을 몰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모비스 선수들은 전원 현대차나 기아차를 탄다. 2007년 우승하면서 팀이 30% 할인 혜택을 줬다고 한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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