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감독 이국서 고교시절 뒷바라지 은인가족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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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모님은 늙지도 않으셨군요." "이제보니 그 시절이나 똑같네." 27년만의 해후였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이역만리 떨어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서…. 차범근 (43)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최영순(66)씨를 보는 순간 눈물을 글썽거렸다.

9일 오후4시 카자흐스탄 알마티 중앙경기장. 차감독이 선수들에게 목청을 돋우고 있을때 경기장에 나타난 반가운 손님은 최영순씨와 그의 아들 송인범 (43)목사. 최씨는 27년전 차감독이 경신고 시절 어렵게 생활했을 때 차감독을 친자식처럼 돌봐줬던 송갑영(81년 작고.당시 경신고 서무과장)씨의 부인. 지난 70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여름. 여름방학이었지만 경신고 축구부는 맹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당시 2년생 차범근은 훈련끝에 쓰러졌다.

영양실조였다.

이때 차감독을 등에 업고 병원으로 달려간 사람이 당시 이 학교 서무과장 송갑영씨였다.

송씨는 차범근을 병원에서 자기집으로 데려와 간호를 해줬다.

송씨부부의 정성스런 간호가 있고 난 3일후 차범근은 완전히 기력을 되찾았다.

경기도 화성이 고향인 차감독은 당시 가정형편이 극도로 어려웠다.

송씨부부는 이후 차범근에게 용돈도 주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는 등 친자식처럼 보살폈다.

당시 무명.후반 교체선수였던 차범근은 고교 2년때 결승골을 터뜨려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차감독은 고려대 졸업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고 송씨부부도 지난 80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후 서로 만나지 못했으나 차감독은 항상 송씨를 애타게 찾았다.

그러던 중 알마티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송인범목사(송씨부부의 아들)가 차감독에게 편지를 전했고 이날의 만남이 이뤄졌다.

알마티 =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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