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후보 관훈토론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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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의 관훈토론회는 '경선 불복'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5명의 패널리스트들은 돌아가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총으로 민주주의 룰 (규칙) 을 깼고, 李후보는 변명의 논리로 민주주의를 깼다" 는 지적도 나왔다.

李전지사는 상황론과 당위론을 들어 자신을 변호했다.

우선 그는 "경선후 처음엔 승복했지만 그 후 당 공식후보의 개인사정으로 당 전체가 국민적 저항을 받는 국면에 직면했다"며 출마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리곤 '새 정치의 실현' 이라는 당위성으로 핀치를 모면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경선과정에서 승복을 약속했으나 세대교체를 통한 3金 정치의 낡고 병든 구조를 청산해야 한다는 시대요구에 따르기로 했다" 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올림픽 예선에서 1백 달리기 선수를 뽑았는데 뛸 수 없게 됐으면 선수를 바꾸는게 당연한게 아니냐"는 비유를 동원하기도 했다.

李전지사는 정계에 태풍을 몰고 온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설과 관련, 신한국당의 자료입수 경로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지금까지 신한국당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던 그의 이같은 변화는 비자금 파문이 자칫 자신을 '소외'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李전지사는 최근 이번 파문으로 대선구도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 양자 대결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이회창후보가 반사이익을 보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토론회의 또다른 이슈는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와의 연대였다.

李전지사는 "신당은 대통령직과 당 총재직을 분리하고 복수지도체제를 택할 것"이라며 "조순총재든, 누구든 역할분담을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고 했다.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당 총재직이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반면 그는 현역의원 합류 부진 등 세(勢) 부족에 대해선 "성급히 조르지는 않고 당사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것" 이라며 당장 묘책이 없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조만간 정치권에 큰 변화가 있을 것" 이라고 여러번 강조하면서 정치권 일각의 '새 판짜기' 에 기대를 내비쳤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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