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정보보호 투자 확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1994년 6월 처음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지식강국 건설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등 정보 인프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 그러나 정보기술(IT) 활용에 따른 편리함의 이면에는 정보사회의 역기능으로 통칭되는 여러 부정적인 사회현상도 동반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회 전반에 걸쳐 정보통신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컴퓨터 바이러스와 해킹 위협, 쓰레기(스팸) 메일의 급증, 사이버 공간 내 반인륜적 정보의 범람 등 반사회적인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정보화 부작용 수준을 넘어 정보사회 자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데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일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국방연구원.해양경찰청.원자력연구소 등 6개 국가기관의 일부 컴퓨터가 최근 해킹 프로그램인 '변종 Peep'에 감염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해킹을 포함한 사이버 침해 사고가 매년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국민의 자유롭고 편리한 정보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혹은 정부기관 주도로 크게 사이버테러 대응, 전자정부 사업 및 국민생활 정보보호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의 정보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못하다. 기획예산처의 자료를 보면 2001년 정부의 정보화 예산 1조5029억원 중 정보보호 예산은 1.7%인 259억원에 지나지 않으며, 2004년도에도 전체 정보화 예산 1조6546억원의 2.5%에 불과한 414억원만이 정보보호에 편성됐다. 선진국은 정보화 예산의 8~9%를 정보보호에 투입한다. 국내 정보보호를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노력이 절실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정보보호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인식의 전환, 그리고 국민의 의식 확산이 시급히 확립돼야 한다. 정부는 정보보호가 국가기관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정보생활화를 위한 핵심조건이라는 인식을 강화해야 하며, 더 늦기 전에 이에 걸맞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다가올 유비쿼터스 환경을 고려할 때 법제정 등 문제되는 부분만 대응하는 임기응변적이며 소극적인 국가보호보다는 정보보호를 위한 사회기반,기술 및 사용자의 능력 등을 적극적으로 배양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정보보호 의식과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다양한 사회계층을 대상으로 정보보호 문화운동을 활발히 전개, 사회 전반적인 정보보호 수준 제고에 더욱 힘써야 한다.

다음으로, 법제도의 변화가 실사회의 정보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보다 명확하게 제(개)정하여 법적 준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여정부에서 법제도 정비 특별팀을 설치하고 전자정부와 관련된 전반적인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끝으로, 체계적인 정보보호산업의 육성과, 특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다양한 정보보호 인력의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현재 몇 개 대학에만 지정돼 있는 정보보호연구센터의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또한 정보보호 기술교육을 질적으로 강화하고 내실있게 운영, 정보보호 전문인력이 제대로 양성돼 국가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보사회는 신뢰와 합리성을 전제로 가능하다. 정보사회의 유토피아적 모습이 우리의 삶에 진정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보사회의 근간을 해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과감하게 근절돼야 하며 그 책임은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