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동부서,음주운전 동승자 첫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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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찰이 음주운전자는 물론 그 차량 동승자도 범법행위 방조혐의로 형사처벌하는 강경책을 발동했다.

충북청주시 동부경찰서는 음주운전행위 근절을 위해 음주운전차량 동승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입건키로 하고 8일부터 첫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동승자에게 음주행위 방조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를 놓고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릴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음주운전차량에 동승한 것이 범죄행위인지 여부가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해 이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동부서가 정한 동승자 형사입건 기준은 운전자가 만취상태인 경우로 혈중 알콜농도 0.20% (보통 소주1병 마신뒤 30분경과) 이상인 때, 또는 음주운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할 때다.

동부서가 내세운 단속근거는 '음주운전 금지' 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41조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32조. 동부서는 음주운전이 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로 보아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서는 형법상 종범의 형 (刑) 은 정범보다 감경받도록 돼있어 음주운전자가 구속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동승자까지 구속하지는 않을 방침. 또 운전면허취소와 같은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을 방침이어서 동승자는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전망이다.

동부서측은 "음주운전차량의 동승자도 함께 형사처벌키로 한 것은 관내 음주 적발건수가 올들어 9월말까지 7백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35.7% 증가하는등 음주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라고 밝혔다. 동부서 임호선 (林昊宣) 경비과장은 "일부 운전자들이 음주운전에 대해 아직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다 동승자들이 음주운전을 부추기거나 음주측정을 방해하는등 죄질이 더 나쁜 사례도 많았다" 고 말했다.

林과장은 특히 음주운전사고로 피해를 본 동승자의 손해보상청구소송에서 최근의 판례가 동승자에게도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 탑승했을 경우 최고 80%의 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어 이번 동승자 형사처벌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부서는 동승자가 여러명일 경우 전원 입건대상에 포함할지, 음주정도나 공무집행방해 정도에 따라 선별입건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단속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윤경식 (尹景湜)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동승자의 책임이 인정되고 있지만 행위자중심으로 책임을 묻는 형사사건은 이와는 달라 동승자 처벌이 형벌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 것" 이라면서 "굳이 동승자 처벌을 통해 음주운전 단속효과를 높이려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도로교통법에 근거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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