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태한 느림보투구 팀 동료에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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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차전이 벌어진 대구구장의 낮기온은 섭씨 21.7도였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면서 남서풍이 초속 3m로 불었다.

홈플레이트에서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러니까 외야 레프트에서 라이트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댔다.

경기시간이 되면서 기온은 10도까지 떨어졌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삼성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김태한은 1회초 첫타자 조원우를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씨름 끝에 7구째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얻어 맞았다.

원래 마무리투수였던 김태한은 몸을 빨리 푸는 스타일이고 이날도 그랬다.

그러나 차가운 날씨 탓에 땀은 금방 식었고 자신도 모르게 몸이 딱딱해져 감을 잃었다.

김태한이 저지른 더 큰 실수는 1회초 수비를 19분이나 끌어 야수들마저 땀이 식어버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은 조원우에게 홈런을 맞은 뒤 김성래.박경완을 진루시키며 2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마무리에 익숙한 자신의 스타일대로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며 시간을 끌었다.

타자의 집중력을 잃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경기후반이 아니고 초반이었다.

야수들이 추운 날씨에 어깨가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좀 더 생각했더라면 추가 실점을 하더라도 정면승부를 벌여 야수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이닝을 마무리했어야 했다.

김은 2회초부터 적극적인 승부를 벌였으나 주자가 나가면 지나치게 인터벌을 끌어 야수들을 둔하게 만들었다.

불꽃타선의 삼성이 성영재에게 5회까지 1안타로 묶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박찬호가 투구 템포를 빠르고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이유를 되새겨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대구 =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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