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 하사금에서 시작, 은화 93t 뿌린 적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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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04면

정부나 집권자가 국민에게 현금·소비쿠폰을 나눠주는 것은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안토니누스 피우스(재위 138~161년) 황제는 즉위 기념으로 36만8000명에게 1인당 75데나리온(1데나리온은 약 3.4g짜리 은화)씩 ‘하사금(congiarium)’을 나눠줬다고 한다. 로마에 사는 17세 이상 남자 시민권자와 변방을 지키는 군인 16만8000명이 대상이었다. 총액은 2760만 데나리온이었다고 하니 은화의 무게가 93t이 넘는다.

소비쿠폰의 역사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식품 쿠폰(food stamp)을 도입했다. 현금·쿠폰의 지급 목적이 왕조 시대처럼 황제 즉위 등의 축하가 아닌 사회복지와 소비진작으로 바뀐 것이다. 39년부터 4년간 발행된 식품 쿠폰은 주황색과 파란색의 두 종류로 주황색 쿠폰 1달러를 사면 50%(50센트)의 파란색 쿠폰을 얹어 주는 식이었다. 파란색 쿠폰으로는 정부가 지정한 잉여 농산물만 살 수 있었다.

현대에 들어선 90년대 일본이 대표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거품경제가 무너진 뒤 수시로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나눠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94~96년에는 소득세의 15~20%를 연 2회로 나눠 납세자들에게 되돌려줬다. 98년에는 소득이 아닌 부양가족 수를 기준으로 환급액을 정하고,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세금을 깎아 주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금 지급액의 60% 정도가 소비 증가로 이어져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9년에는 현금이 아닌 6개월의 기한이 정해진 소비쿠폰을 발행했으나 10%의 소비 증가 효과밖에 거두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감세 효과를 홍보하는 방편으로 현금 지급 정책이 나온다. 2001년에는 9200만 가구에 평균 300~600달러를 수표로 지급했다. 2002년부터 시행될 소득세율 인하에 대한 선금 성격이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납세자 대표를 초청해 직접 대형 수표를 전달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8년에도 7000만 가구에 평균 950달러의 세금을 일시불로 돌려줬다.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가전하향(가전제품 구매 보조금 지원)도 허난(河南)·충칭(重慶) 등 14개 지역에서 시작한 뒤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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