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말대로 성공 땐 11년 새 사거리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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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7초를 더 버티지 못해 실패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는 기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대북 정보기관 핵심 관계자는 13일 북한의 대포동 2호 시험 발사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함북 무수단리 기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관계 당국의 정보 분석 포인트가 3단계 추진체의 성공 여부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1998년 8월 쏘아 올린 대포동 1호의 3단계 추진체는 20초 연소한 뒤 폭발했다. 당시 한·미 정보 당국은 정밀분석 결과 27초간 연소했다면 위성 궤도 진입이 가능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결국 7초를 더 견뎌 내지 못해 2단 추진체가 1620㎞ 날아가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능력은 2단계 추진까지 완료된 ‘2000㎞급의 중거리미사일(IRBM) 수준’으로 결론 났다.


북한은 이번에 1단계 추진체의 경우 650㎞, 2단계의 경우 3600㎞를 날려 보내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했다. 북한의 계획대로라면 3단계 추진체를 가동해 대기권 밖에서 우주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는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포동 2호 발사체는 2단 기준으로 볼 때 11년 만에 사거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물론 국제사회에 시험 발사를 공언하고 사거리 목표치까지 제시한 만큼 북한으로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목표 사거리까지 미치지 못하거나 폭발 등의 요인으로 실패할 경우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은 북한이 2006년 시험 발사 실패 이후 상당한 기술 보완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제 시험 발사나 엔진 성능 실험 등을 거치지 않고 예상 궤도와 거리 등을 도출하는 시뮬레이션 능력도 확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위성체의 자세 제어 기술이나 지상과의 교신 능력 등을 제대로 갖췄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궤도 진입까지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을 분석해 보면 4~5년 주기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98년 대포동 1호를 쏜 이후 사실상 11년 만에 이뤄질 이번 시험 발사에서 장거리미사일 능력의 완비를 과시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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