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이슬이 눈에만 보이는 광모 “넌 영원히 내 친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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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모 짝 되기
이향안 지음, 오은선 옮김, 현암사, 72쪽, 8000원

슬픈 동화다. 초등 2학년생인 주인공 이슬이. 그 어린 아이가 단짝친구의 죽음을 겪고 그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가슴 아린다. 요즘엔 동화책에서 죽음이란 소재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의 가치를 “죽음이란 껄끄러운 소재를 다뤘다”는 데서 찾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죽음도 끝내지 못하는 깊은 우정을 강조했다는 점이 더 돋보인다.

광모가 어느날 죽었다. 교통사고였다. 이슬이와는 늘 학교도, 미술학원도, 피아노 학원도 함께 다니는 단짝 친구였는데. 이슬이의 머리속은 하얘졌다. 둔탁한 물건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청해졌다. 그 순간. 광모가 나타났다. 오직 이슬이 눈에만 보였다. 이슬이는 광모를 위해 교실 옆자리를 비워둔다. 급식을 먹을 때도 광모와 함께 먹기 위해 밥을 두 배로 받았다. 옆자리에 딴 친구가 앉았을 땐 “일어나! 여긴 광모 자리야”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슬이가 미쳤어.”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물론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이슬이는 충격을 이겨냈고, 새 단짝친구도 생겼다. 하지만 광모가 그냥 없어져버린 건 아니다. 광모가 이슬이에게 베풀었던 따뜻한 배려와 광모가 가르쳐준 재미있는 노랫말 등은 그대로 남았다. “광모는 영원히 이슬이의 친구인 거야. ”엄마가 그랬다. 광모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질 테고, 또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져 버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끝’은 아닌 것이다.

책은 아이들에게 가상 상실 체험을 톡톡히 시킨다. 그래서 내 옆의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다. 그 비결 중 하나가 감성적인 문체다. “건드렁 건드렁, 발가락에 의지한 몸은 자꾸만 휘청거립니다”“휑뎅그렁한 굴참나무 숲길, 광모 없이 혼자 걷는 길…” 등 단어 하나하나가 이슬이의 심리를 형상화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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