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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패전국에도 명장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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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히든 제너럴
남도현 지음, 플래닛 미디어, 352쪽, 1만5000원

영국의 세계적인 군사이론가 리들하트는 독일의 한 장군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합군에는 가장 두려운 천재였으며 2차 대전의 모든 지휘관 중 가장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는 스탈린그라드 이후 공세를 취하는 소련군의 대병력을 유인해 포위 섬멸시키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었고 그가 가는 곳에는 항상 승리가 따랐다.”

이 사람이 ‘신화를 만든 장군’으로 불리는 프리츠 에리히 폰 만슈타인이다. 1940년 아르덴 구릉지대를 급속 돌파한 뒤 파리로 진격해 6주 만에 프랑스의 항복문서를 받아낸 ‘낫질작전’을 비롯, 크림 반도 남서쪽의 전략 요충지인 세바스토폴 요새 지역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통해 크림 반도를 평정하는 등 그의 전과는 눈부셨다. 때문에 2차 대전 이후 전범으로 체포된 그를 만나려고 연합국의 많은 군사관계자들이 줄을 섰다는 일화도 전한다. 하지만 “전투에서 패했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 승장이 되고, 그 반대는 패장으로 남는다”는 지은이의 말대로 전문가나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그의 이름은 낯설다.

책은 이처럼 전쟁에서 패해서, 기록된 역사가 없어서, 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 배우가 아닌 ‘밥상을 차렸던 사람’인 탓에 전쟁사의 뒤편에 가려져 있던 ‘숨겨진 전쟁 지도자’ 10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장에서 생사여탈권을 쥔 이들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세계의 지도가 다시 그려졌고, 수많은 사람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갔다. 때문에 저자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태는 최고의 리더십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장이 된다”고 지적한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맥아더·패튼·롬멜·주코프와 같은 군인과 칭기즈 칸과 제갈공명 등에 비견된 이들이 어떤 전략과 리더십으로 승리를 이끌었는지 궁금하다면 책장을 펼쳐보면 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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