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온실가스가 뭔지 모른다고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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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의 과학자 12인, 과학과 세상을 말하다
제레미 스탱룸 엮음, 김미선 옮김
지호, 288쪽, 1만6000원

과학은 사회적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지구온난화, 유전자변형식품, 광우병, 동물실험, 원자력 등을 둘러싼 논란 말이다. 이 때문에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을 엮은 철학학술지 편집자 제레미 스탱룸은 이렇게 과학자를 불신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대중은 과학을 잘 모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국과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3분의 2는 주요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라는 기체 이름을 대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항생제가 박테리아뿐 아니라 바이러스도 죽인다고 잘못 알고 있다. 다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인간의 유전자 정보’라는 문구의 의미를 두고 한 마디도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과 대중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과학과 세상의 소통을 위해 과학 사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12명의 과학자를 만나서 인터뷰했다. 소통을 위한 말 걸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만나본 과학자들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과 같은 논리를 가지고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과 검증되기 전의 주장을 분명히 구분할 뿐이었다.

대중의 과학적 무지나 예단이 엉뚱한 사회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개탄도 나왔다. 예로 수학자 노먼 레빗은 “과학기술이나 건강 문제에 관한 이런저런 주장을 하면서 과학 전문용어를 빌려서 유사과학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대중운동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벌어졌던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시위는 가정에 기초한 일부의 주장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 주장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유전자· 뇌과학· 진화심리학· 정신의학·동물실험·생물다양성 등 과학분야의 최신 흐름과 이를 둘러싼 지적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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