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무용평론가 한국 창무회 공연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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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휘감겨 들어가는 춤사위를 따라 마치 물결치는 푸른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관객들을 도취시켰던 '떠나는 배' 를 기억하는가.

우리는 이미 그 감동을 잊어버렸지만 지금 한창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호주 시드니는 서울올림픽 폐막식의 이 하이라이트 군무 (群舞) 를 열심히 분석중이다.

어떻게 하면 전통을 이처럼 훌륭하게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낼 수 있을까 하고서. 궁리끝에 그들은 '떠나는 배' 의 안무자 김매자 (54) 예술감독이 이끄는 창무회를 시드니 올림픽 문화축전 '꿈의 축제' 에 초청했다.

2000년 문화올림픽 예행연습의 성격이 짙은 이번 문화축전에 외국 공연단으로서는 '유일 공연팀' 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면서 말이다.

자연히 호주의 무용 관계자들의 관심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세이모어 센터 에베레스트 극장에서 계속된 창무회의 공연에 집중됐다.

물론 대중적으로는 연일 매진을 기록한 뱅가라무용단 공연을 뛰어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호주의 무용계나 문화축전 조직위는 이번 축전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창무회 공연작을 '진짜 수작 (秀作)' 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창무회의 첫날 공연에서부터 이같은 호주 무용계의 관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공연 열흘동안 연일 매진을 기록한 뱅가라무용단만큼 많은 관객이 찾은 것은 아니지만 호주의 유명 무용평론가들이 대거 창무회의 공연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홍보와 진행에서 미숙한 면을 많이 보인 문화축전 관계자들이 초대권을 한장도 보내지 않았지만 모두 동양의 신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여성 무용평론가 소니아 험프리는 공연 직후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 이라면서 "이런 춤이 나오기까지는 분명 한국 특유의 문화적 배경이 있을텐데 한국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시드니에서 손꼽히는 무용평론가 스티븐 클라크도 조금씩 다른 공연프로그램을 모두 보기 위해 사흘치 공연표를 미리 예매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접하는 한국 창작춤에 매료됐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초대권 관객이 아니라 직접 표를 사서 입장한 현지 관객들로 객석을 거의 메웠다는 점에서 더 의미있는 무대였다.

마지막 작품 '춤, 그리고 신명' 에선 관객들을 무대로 끌어들여 한국 춤의 신명을 체험하는 것으로 엔딩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부채춤 한국' 만 알았건만…. 시드니 =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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