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없애기 진두지휘 … ‘여성 대통령’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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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中)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백악관 여성위원회’ 창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왼쪽에서 첫째)과 발레리 재럿(오른쪽에서 둘째)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박수 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오바마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여성위원회를 창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위원장에 핵심 측근인 흑인 여성 밸러리 재럿(51) 백악관 선임고문을 임명했다. 이혼한 ‘싱글 맘’인 재럿은 오바마 부부의 오랜 친구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 땐 오바마를 위해 선거자금을 모으고, 캠프 내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오바마는 “여성위원회의 목적은 성인 여성과 소녀들이 모든 정책에서 공정하게 대접받도록 하는 것”이라며“나는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아들과 손자, 남편과 아버지로서 이 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그런 다음 작고한 어머니(스탠리 앤 던햄)와 외할머니(매들린 던햄), 그리고 아내 미셸이 겪었던 고초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인류학자였던) 어머니가 학비를 걱정하면서 나와 (이복) 여동생을 (남편 없이) 키우느라 고생하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외할머니 매들린이 하와이의 지역은행 부은행장까지 올라갔으나 남성 벽에 막혀 은행장이 되지 못한 점도 상기시켰다.

오바마는 변호사 출신으로 시카고 대학 병원 부원장을 지낸 아내를 언급하며 “아내가 두 딸과 함께 있을 때는 직장을 걱정하고, 직장에서 일할 땐 두 딸을 걱정하면서 가슴 아파하는 걸 지켜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장과 가정의 조화,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 건강 등의 분야에서 진보를 이루는 건 국민에 대한 민주주의의 약속 이행 여부를 재는 중요한 잣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78센트를 받고 있으며, 여성 네 명 중 한 명은 아직도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노동자는 전체의 49%이지만 포춘지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여성 비율은 겨우 3%”라는 통계도 제시했다. 그는 “이런 불평등이 지속될 경우 국가의 번영과 생명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며 성차별 시정에 매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서명한 법은 남녀 임금차별금지법이었다. 서명식에 성적 임금 차별의 전형적 희생자로 알려진 릴리 레드베터(70)라는 여성도 초대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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