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심 속 자전거 통근·통학 인프라 갖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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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광주에서 자전거로 통근하던 50대 교수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인도 쪽 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핸들을 꺾고 침범해온 버스에 치였다. 광주엔 자전거도로가 대부분 인도 가운데 설치돼 있다. 보행객도, 자전거 운전자도 피차 불편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차로로 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환경 보전, 건강 증진 등 여러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자전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인프라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 경우에서 보듯 가장 기본이라 할 자전거 전용도로조차 제대로 구축된 곳이 별로 없다. 정부는 녹색뉴딜 사업의 하나로 2018년까지 1조2456억원을 들여 전국의 해안을 잇는 자전거 일주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레저용인 이 일주도로보다 더 급한 게 도심 속 자전거도로의 확충이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도시마다 자동차가 길을 꽉꽉 메우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안전하게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통학하며 쇼핑 다닐 수 있는 전용도로만 건설돼도 현재 1.2%에 불과한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껑충 올라갈 것이다. 다행히 서울·부산·대전·울산 등이 앞다퉈 자전거도로 건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에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도울 건 돕고 채근도 해야 한다. 분당에서 강남으로, 일산에서 강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위해 시·도 간 자전거 광역도로를 만드는 것 역시 정부의 책임이다.

도심 생활 속 자전거문화 정착을 위해선 주차 공간, 대여소 및 수리소, 공공 샤워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자동차 위주로 돼 있는 교통체계를 개편하고 보험상품의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을 배려하는 의식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학교 내 안전교육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7년 자전거 승차 중 사상자 8724명 가운데 22%가 어린이였다. 인프라도 채 갖추지 않고 시범학교 지정부터 서둘러 어린 학생에게 자전거 통학을 장려하는 건 이만저만 위험한 발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