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남은 대선…각 당 자금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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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대선후보 진영은 돈 얘기만 나오면 하나같이 한숨을 짓는다.

"돈없어 죽을 노릇" 이라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사정은 어려운 것같다.

씀씀이를 봐도 알 수 있다.

사무처 요원들의 월급지급을 미루는가 하면, 광고도 일단 외상으로 하는등 말이 아니다.

물론 후보별 차이는 큰데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국민회의는 엄살떠는 것보다 다소간 형편이 낫다는 후문이다.

자금력만으론 신한국당이 상대적으로 막강한 편이다.

그런 신한국당도 고민은 많다.

조직이 돈에 '익숙' 해져 돈이 있어야 굴러가기 때문이다.

충남의 한 지구당위원장은 "지난 추석때 받은 떡값 1천만원 빼고는 내려온 돈은 없다" 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큰 일" 이라고 걱정했다.

"이회창후보가 지지율 3위에 머무르고 있는데 누가 돈을 내겠느냐. 당선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으면 자금난을 타개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비관하는 당직자들이다.

하지만 얼마전 약 3백60억원의 지정기탁금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들어와 한시름 던 상태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측도 어렵다고 말한다.

대선기획요원들의 인건비조차 제때 못준다는 푸념이다.

중앙당에선 당직자.의원들에게 특별당비 납부를 계속 독촉하지만 여의치 않고, 때문에 김충조 (金忠兆) 사무총장.박지원 (朴智元) 총재특보등이 사채를 끌어다 쓰는등 자금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에선 金후보의 조달능력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金후보가 아직 뭉칫돈을 당에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내막적으론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면서 그런대로 버틸만 하다는 것. 자민련.민주당과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측의 어려움은 더 크다.

자민련은 김종필 (金鍾泌) 후보의 대선불출마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은 조순 (趙淳) 후보의 지지율 하락 때문에 자금조달이 여의치 못하다.

국고보조금과 당비로 경상경비를 겨우 충당하는 양당은 공격적인 선거캠페인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李전지사는 신당 창당에 드는 막대한 경비를 지지자들의 소액헌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李전지사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금난이 가중될지 모른다.

李전지사측은 "오는 7일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신당바람을 일으키면 사정은 달라질 것" 이라며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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