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불붙은 대졸 취업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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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지역 대학은 이미지 높이기, 지방 대학은 연고권 지키기' - . 대졸자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서울지역 학생들의 지방 역류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지방 대학에선 총.학장은 물론 교수까지 "지방기업에는 지방학생이 유리하다" 며 학생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안내문 돌리기, 총장 명의 공문.화분 돌리기등 거의 '읍소 (泣訴) 작전' 에 가깝다.

반면 서울지역 대학들은 신문.방송 광고등을 통한 이미지 높이기에 나섰다.

총.학장이 근엄한 얼굴 대신 미소지으며 취업박람회장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우리 학생 한명이라도 더 써달라" 는 얘기다.

올해 대졸예정자는 전국적으로 19만여명. 여기에 취업재수생 7만여명과 이직자 3만여명을 합치면 취업 대기자는 31만여명 (한국 리크루트 추산)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7만~8만곳 뿐이어서 4대1의 높은 경쟁률 속에 대학.지역간 치열한 취업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연고권 지키기 = 경상대.경남대등 경남도내 대학들은 최근 울산.창원공단내 기업체에 총장 명의의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가능하면 같은지역 대학 출신자를 채용해달라" 는 것. 경남대는 더 나아가 도내 1백개 기업체의 창사기념일에 총장 명의의 축전.화분도 보내고 있다.

10월 들어서는 부총장이 위원장인 취업보도위원회를 구성해 도내 기업체를 순방, 읍소작전중이다.

'대전.충청지역 대학 취업지도자협회' 는 공단.기업체.상공회의소등을 상대로 '지방대 출신 채용확대' 홍보에 나서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12개대 취업관계자들은 오는 16일 조선대에서 전남도 주최 취업박람회를 열기로 하고 지방 유망기업 10여개사에 참여를 요청했다.

이같은 연고권 지키기 속에도 학생.학교 취업관계자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경남대 박길하 (朴吉夏.52) 취업지원실장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경남도내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져 취업문이 좁아진 마당에 서울지역 학생마저 역류, 엎친데 덮친 격" 이라고 실토했다.

대구대생 신민식 (申旻植.24.경제4) 씨는 "그동안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지방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됐다" 고 우려했다.

◇ 이미지 높이기 = 숙명여대는 이달부터 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울어라 암탉아, 나와라 여자대통령' 이란 제목으로 신문.방송에 이미지 광고중이다.

라디오 광고에는 동문인 현대무용가 홍신자 (洪信子.59) 씨, 아프리카 유엔난민 봉사활동에 참가했던 이유미 (李裕美.24.통계4) 씨, 지난달부터 법대 겸임교수로 부임한 변호사 오세훈 (吳世勳.36) 씨가 출연해 '세계화를 실천하는 여성' 을 홍보한다.

동국대는 이달 중순부터 방송 광고에 인기그룹 H.O.T의 멤버 토니안 (19) , 영화배우 한석규 (33).김혜수 (27) 등 동문 연예인을 출연시킬 계획이다.

'태백산맥' 의 작가 조정래씨도 출연 섭외중이다.

동덕여대도 1일부터 라디오 광고로 '창조적인 전문인력의 산실' 임을 홍보하고 있으며 상명대는 다음달부터 남녀공학 전환 이후의 발전상을 중심으로 방송광고를 낸다.

지난달 29일 고려대 홍일식 (洪一植) 총장은 교내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장의 기업체 부스를 순회, 고려대생의 장점을 설명하며 한명이라도 더 뽑아줄 것을 부탁했다.

외국어대는 재학생을 표지모델로 등장시킨 홍보지 '외대소식' 5만5천부를 이달중 1백개 기업 홍보실.인사팀에 발송할 예정이다.

동국대 박상호 (朴祥鎬.54) 공보실장은 "학교 광고는 기업체에 신뢰감을 심어 학생들을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한 것" 이라며 "지방 기업체에도 학교안내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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