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對유엔 10억불 기부 "따져보니 남는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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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에선 부호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희사하는 일이 우리보다 훨씬 많다.

여기엔 문화적인 차이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기부금에 관대한 세제' 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10년간 유엔에 매년 1억달러 씩 모두 1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최근 발표, 사람들을 놀라게 한 CNN 설립자 테드 터너 (57) 의 경우를 한번 따져 보자. 터너처럼 주식을 기부할 경우 미국 세제상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손금산입 (損金算入) 한도는 ▶주식 취득가 기준 연간소득의 50%까지 ▶시장가격 기준일 때는 30%까지다.

우리의 경우 지정기부금의 손금산입한도가 소득의 7%에다 출자액의 2%를 더한 금액이지만 이 때 출자액은 계산상 50억원을 한도로 하고 있다.

따라서 손금산입액은 많아야 1억원+α (연간소득×0. 07) 다.

반면 터너의 경우는 그가 기부할 타임 워너사의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따질 경우 연간 소득이 3억3천만 달러만 넘는다면 그의 30%인 약 1억달러까지 손금산입이 되므로 매년 기부할 금액 전액이 과세대상 소득에서 빠진다.

이처럼 '기부금에 관대한' 대신 '소득.상속에 대해 무거운' 미국의 세제도 거꾸로 거액의 기부를 촉진하는 또 다른 이유다.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이 터너가 소유한 타임 워너사의 주식 시장가격 (22일 현재 주당 54.59달러) 을 기준으로 시산한 바에 따르면 터너는 1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기부함으로써 그만한 주식을 팔아 상속시켰을 경우에 비해 ▶양도소득세 1억7천만달러 ▶소득세 3억9천6백만달러 (터너의 소득세율은 39.6%) ▶상속세 5억5천만달러 (상속세율 55%) 등 약 11억달러를 아낄 수 있게 된다.

결국 10억달러를 기부해서 11억달러를 건진다는 계산이다.

물론 거액 기부자들의 좋은 뜻이 이같은 세금 계산으로 퇴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칭송 받아 좋고 계산상으로도 별로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하는미국의 세제가 거액 기부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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