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룩]미국-일본 방위지침 중국자극 동북아 긴장조성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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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과 일본 양국이 23일 최종 확정한 신 (新) 미.일방위협력지침을 보면 클린턴 미 행정부의 국제문제 개입과 확대전략, 그리고 지난해 4월 도쿄 (東京)에서 발표된 미.일안보공동선언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일 양국이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통해 추구하는 점은 간단히 말해 후방기지로서 일본의 지원역할 확대에 있다.

60년 미.일간에 체결된 안보조약에 따라 미국은 일본에 대한 핵우산과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일본은 반대급부로 주일미군 기지등 간접지원과 엔화 현지발생 비용 분담을 확대해 왔다.

일본은 자국의 국제적 지위와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일동맹 강화에 의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적지않은 국내외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한반도 불안정뿐 아니라 댜오위다오 (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대만문제,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및 중국의 동남아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일본의 안보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려는 일본의 목적은 이러한 안보위협의 확산을 억지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은 미국이 중동이나 기타 지역의 지역분쟁에 전력을 집중함으로써 미군전력에 공백이 생길 때 서태평양에서의 미 해.공군의 전력을 보충하고 미군의 전세계적인 전력투입 여력을 높여주는게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 해상자위대의 일본 역외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지역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본의 후방지원 능력과 항공.해상자위대의 전력이 미 해군과 결합돼 미.일통합 지역관리세력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자위대의 전수방위적 전력구조와 미 태평양군의 신속대응 전력이 결합되면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에서까지 미군의 예방적 외교효과가 높아지게 된다.

미국은 이를 통해 서태평양에서의 '개입' 여건을 굳히고 '확대' 전략의 실행 여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같은 가이드라인의 개정으로 강화된 탈냉전기 미.일동맹의 전략적 제휴가 동북아 안보구조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특히 앞으로 통일한국이 어떠한 외교전략을 선택해야할 것인가 하는 점은 한국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한반도 유사시에 투입되는 미 증원군중 긴급투입되는 전력이 바로 주일미군이기 때문이다.

또 유사시 미 본토에서 한반도로 증원 투입되는 미군에 대한 민간공항및 항만의 제공등 후방지원도 바로 이번의 신방위협력지침을 통해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으려는 점이다.

미.일양국은 한반도 유사시에도 분명히 공동대응을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미 증원군에 대한 일본자위대의 후방지원은 한국군에 대한 간접적인 후방지원이 되는 셈이다.

이때 우리 입장에서 한반도문제에 자위대가 간접적이나마 개입하는 것이 지역안보 질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일안보체제의 확대에 수혜자로서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미.일측에서도 예민한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이 일본과는 다른 외교적 입장을 취해줄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사실 신 미.일방위협력지침이 한반도의 유사사태만을 상정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미 한.미간의 공고한 연합방위체제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막대한 후방지원 능력을 여기에 추가한다는 것은 한반도 유사시 관리 이상의 목적을 가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잘 알려진대로 일본 정계가 신방위협력지침을 대만해협에 적용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 것과 관련, 이달초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의 중국방문때 강력히 항의했다.

북한문제에 대해 이미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미국이 일본과 서둘러 새 방위협력지침을 서둘러 마련한 것은 보다 막강한 경쟁세력, 바로 중국을 의식한 것이다.

앞으로 미.중관계가 악화될 때 미.일 양국의 신방위협력지침은 역내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크며 우리는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남창희 국방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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