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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경기장 후보지]보라매 공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도심의 대규모 휴식공간인 보라매공원을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23일 오후 서울동작구 보라매공원안 잔디광장. 근처에 직장을 가진 회사원 20여명이 돗자리를 펴놓고 도시락을 먹고 있고 인근에 사는 주부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잔디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곳에 나온 주민 안영주 (安映珠.28.여) 씨는 "이렇게 시설이 좋고 넓은 공원이 서울 도심에 흔치 않은데 월드컵 주경기장이 들어서면 교통만 혼잡해지고 시끄러워져 좋을 것이 없다" 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직 월드컵 주경기장 부지로 확정이 안된 상태여서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은 없지만 인근 주민들 사이에는 이같은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특히 공원옆 도로변에 들어선 보라매우성.해태보라매등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도 보라매공원이 월드컵 주경기장 부지로 되는 것에 대해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반면 관할 동작구청측은 주경기장 유치를 적극 바라고 있는 입장이다.

김기옥 (金基玉) 구청장은 "월드컵 주경기장이 들어서면 국가적인 큰 행사를 유치하는등 구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기때문에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 이라며 "주민들에게는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점을 적극 설득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보라매공원을 월드컵 주경기장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도 7만여평에 달하는 공원 전체가 시유지로 돼 있어 토지보상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없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 공사 착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대방길로 지하철2호선 신대방역이 지나고 대방로쪽으로 지하철7호선 보라매역.신풍역등이 99년 완공예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의 접근이 편리하다.

따라서 건립비용도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 상암이나 마곡지구에 비해 가장 적은 3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주변에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어 민자유치로 건설할 경우 시민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등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주변 도로망이 그렇게 넓지 않은데다 진입로가 좁고 기존의 시가지가 형성된 도심에 가까운 지역이어서 과밀개발이 우려되는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5만~6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평소에도 혼잡을 빚고 있는 이곳 주변에 극심한 교통체증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또한 서울시가 녹지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면서까지 도심의 공장을 이전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는데 하루 수천명이 이용하는 이 공원을 없앨 경우 환경단체등의 반대민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계영.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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