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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 팍팍해지니 식성도 … 롯데, 식품 매출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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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회사원 전경선(33·여)씨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갈 때면 가족들과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동네 음식점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인 백화점 식당가는 들르지 않는다. 백화점 식품매장도 퇴근길에만 가끔 찾는다. 집에서 덮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을 파는데, 폐점을 앞두고 깎아주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 상황이 안 좋아 최대한 가계 소비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 소비자의 식료품 구매 형태가 바뀌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있는 층이 찾던 백화점에서도 품목별 매출 변화가 일어났다. 롯데백화점이 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점포의 식료품 매출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울고 웃은 상품이 갈렸다.

◆눈높이 낮춰 싼 상품으로 대체=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비싼 상품 대신 비슷한 군의 저렴한 제품에 눈을 돌렸다. 롯데백화점이 매출을 분석한 4개월 동안 수산물 중 5000원 이하로 살 수 있는 주꾸미·오징어·꼬막·바지락 등이 전년에 비해 30%가량 많이 팔렸다. 반면 횟감이나 구이·찜용으로 3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 민어·도미·대게는 15%가량 매출이 줄었다. 가격이 비싼 한우 매출이 8% 줄어든 반면 돼지고기는 2% 더 팔렸다. 위스키 판매는 대폭 감소(-20%)한 데 비해 소주(+12%)를 찾는 이가 늘었다.


◆젊은 층 겨냥한 식품은 강세=20, 30대가 주로 찾는 ‘Young’ 식품은 불황에도 잘 나갔다.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식품은 된서리를 맞았다. 롯데백화점 본점 등 11곳에 입점한 ‘파파로티’는 모카크림으로 토핑을 하고 버터로 속을 채운 번을 파는데, 전년에 비해 매출이 17% 늘었다. 가격이 몇 천원대이면서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좋다 보니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선 20~30분씩 기다려야 할 정도다. 케이크·초콜릿도 매출이 신장했다(+23%). 반면 떡·한과는 10%가량, 선식은 22%가량 매출이 줄었다.

◆외식 감소 뚜렷=백화점 레스토랑은 5%정도 매출이 떨어졌다. 유동인구가 많아 점포만 내면 짭짤한 수익을 내는 것으로 평가받던 푸드코트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집에 가져가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반사이익을 챙겼다. 각종 베이커리와 등갈비 바비큐 같은 테이크 아웃용 ‘델리’ 제품군은 11% 성장했다. 모든 재료와 양념을 넣은 즉석 해물탕처럼 집에 가져가 간단히 익히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제품은 15%나 더 팔렸다.

◆소용량 제품이 인기=같은 제품이지만 적은 단위로 포장한 제품이 선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식용유 1.8L짜리의 판매는 줄었는데(-17%), 0.9L짜리는 대폭 늘었다(+36%). 펩시콜라만 봐도 1.5L짜리가 전년에 비해 1% 느는 동안 250mL짜리는 30%나 뛰었다. 주부 홍지형(30·서울 반포동)씨는 “많이 가져와 못 먹고 버리느니 조금씩 사서 낭비를 줄이는 게 나을 것 같아 요즘은 묶음 상품보다 작은 것을 낱개로 산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식품MD팀 임준환 과장은 “원래 작은 단위 식품은 싱글족이나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것이었는데, 불황이 닥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필요한 만큼만 사자’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원화가치 하락 영향으로 수입식품 시들=백화점은 대형 할인매장에 비해 다양한 고급 수입식품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토속적인 국산 가공식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수입 원두커피(-7%)를 비롯해 수입식품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3%가량 줄었다. 이병수 식품MD팀장은 “불경기로 소비 형태가 바뀐 만큼 틈새 시장을 개발하려 애쓰고 있다”며 “저렴한 생선과 돼지고기, 가져갈 수 있는 반조리 식품과 반찬류 등 불황에 오히려 뜨는 제품에 대해 별도의 마케팅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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