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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경기장 후보지]동대문 운동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69년 멕시코월드컵 대 호주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탈락의 눈물을 머금었고 71년 빗속에서 치뤄진 대 말레이지아전에서 1대0으로 패배해 온 국민을 울렸던 한국축구의 한이 서려 있는 곳이 동대문운동장입니다. "

대한축구협회등 축구계는 24일 첫 소집되는 월드컵 주경기장 부지 선정위원회에서 동대문운동장을 후보지로 건의키로 했다.

협회 김정남 (金正男) 전무는 "상암.마곡.보라매공원등 3곳의 후보지가 거론되고 있으나 한국축구의 산실인 동대문운동장만이 유일한 대안" 이라고 밝혔다.

일제시대인 지난 26년 축구장으로 문을 연뒤 34년 정구장, 59년 야구장, 61년 배구장등이 들어서 있는 서울시중구을지로7가1 동대문운동장 (옛 서울운동장)에 대한 축구계의 집착은 유별나다.

하지만 동대문시장.평화시장등 상권이 밀집된 상업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앞으로 체육시설이 아닌 타용도로의 개발 가치가 무한한 이곳을 후보지에서 제외하려는 서울시의 입장도 완강하다.

이곳의 규모는 축구장 1만5백여평, 야구장 6천5백여평등 5개 경기 시설 총 2만7천여평. 서울시나 축구계가 공감하는 동대문운동장의 장점은 부지 전체가 시유지여서 토지보상비가 안들어 공사비가 타지역과 비교해 적고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 없어 당장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추산 결과 부지 전체를 주경기장으로 활용할 경우 건축공사비 1천7백60억원과 기존 구장 철거비 3백50억원을 포함해 2천1백억여원 밖에 안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등 부대비용을 포함해 4천여억원이 훨씬 넘는 상암지구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망이 완벽해 '대중교통과 함께하는 월드컵 행사' 가 가능하다는 강점과 함께 현재 건물 전체가 C급으로 보수가 필요한 상태여서 노후건물을 교체하는 효과도 있다.

이에 반해 가장 큰 문제는 6만5천여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가뜩이나 정체 지역인 동대문 일대, 종로.을지로.퇴계로등의 교통여건이 최악의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교통난에 대한 우려다.

현재 부지내 주차대수가 1백여대에 불과하고 주변 동부주차장 (1천1백여대) 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대형 주차장이 없어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경우 발생할 주차난도 이곳의 약점. 이와 함께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시설을 가급적 외곽으로 이전해온 방침에 어긋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김창석 (金昌碩) 교수는 "도심에 수만명이 운집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교통을 비롯한 도시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며 "미개발 지역과 연계개발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고 밝혔다.

한편 야구장 철거로 인해 '아마야구의 산실' 을 잃어버리게되는 야구연맹등의 반발도 예상되며 이에따라 야구장은 그대로 두고 주경기장을 지을 경우 최대 4만명 수용규모의 경기장 밖에 건립이 안돼 개막식 또는 준결승전은 치를수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강홍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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