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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다채널 위성방송 내년봄부터 아시아 대공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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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내년 봄 아시아 대륙은 다국적 다채널위성방송사들의 본격적인 방송전파 세례를 받는다.

지구촌 미디어왕국 건설에 나선 호주의 머독을 비롯, 일본의 NHK.이토추 (伊藤忠) 등 방송사및 대기업들은 각각 '아시아 방송의 맹주' 자리를 노리며 채널을 '양산 (量産)' 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무궁화위성을 띄워 놓고도 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방송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관련법을 마련하지 못해 국내 업계의 본격 위성방송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하늘이 외국 미디어자본의 위성전파로 뒤덮이고 있다.

아시아 미디어자본의 '국경없는 전파시장' 패권경쟁과 그에따른 미디어시장및 사회.문화의 변화상을 SK텔레콤 협찬으로 일본을 비롯, 중국.홍콩등 현지취재를 통해 짚어본다.

"여가문화가 빈약하고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은 크니 시장은 순식간에 불어나겠군. 중국.인도, 두 나라 인구만도 20억, 1인당 1달러씩만 거둬도 그 돈이 얼만가.

우선, 규제가 없고 위치도 좋은 홍콩으로 가자. 국경없는 위성전파를 야금야금 인근의 한국.중국.일본으로 월경 (越境) 시켜, 서구문화의 거부감을 줄이고 시청자 입맛을 돋운후 당당히 입성하는 거야. " 세계 도처에 미디어왕국을 건설중인 호주의 루퍼트 머독은 지난93년 홍콩스타TV를 사들일 때 이렇게 되뇌었다.

물론 이는 전문가들의 추측. 올 여름 아시아 위성방송시장 흐름을 보면, 머독의 이 계산은 들어맞고 있다.

홍콩의 위성방송업계에 따르면, 머독의 홍콩스타TV는 별도 합작법인 피닉스차이니스 (鳳凰衛視) 를 통해 지난해 중국에 위성방송을 케이블망으로 송출하기 시작, 7월말 현재 중국21개 도시 케이블TV가구의 90%인 3천6백만 가구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호남대 김명중 (金明中.43.신문방송학) 교수는 "이는 머독의 중국대륙 진출이 사실상 본격화된 것으로 장차 광고가 뒤따라 진출, 서구상품 판매의 교두보가 마련된 셈" 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위성방송 패권은 머독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최근 일본의 재계가 미디어자본의 기치를 치켜들고 있다.

퍼펙TV 주주인 이토추.미쓰이.스미토모.니쇼이와이 등이 그들. 이토추는 미 로럴.태국 M그룹 등과 합작한 ABCN 위성방송사에 지난 7월 대만자본을 영입했다.

아시아에서 머독의 최대 적수인 NHK는 최근 각대륙에 위성방송 현지법인을 설립, 'NHK월드' 라는 지구촌 미디어망을 구축중이다.

방송개발원 정용준 (鄭溶俊) 박사는 "NHK가 아시아 방송의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다" 고 말했다.

NHK는 내년 2월 나가노올림픽에서 고선명 (HD) TV.디지털방송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선보인 후 프로그램을 보급한다는 전략이다.

퍼펙TV는 한국과의 협력도 모색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 3~4개 기업들과 다채널위성방송사업 협력을 협의중" 이라고 밝혔다.

일본 1백60개 기업이 합작한 위성방송사, 와우와우 사장도 이달중 서울에 와서 한국기업과 협력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시아에 '진주 (進駐)' 한 서구 미디어자본 등이 올 여름 막바지 위성방송시장 패권의 피치를 올리고 있는 반면 국내 위성방송 산업은 '알에서 깨어나지도 못한 신세' 로 세월만 보내고 있어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위성방송사업 진출을 모색중인 국내 업계는 "민간 위성방송사 허가근거를 담은 통합방송법안의 국회처리가 지난2년간 지연돼왔다" 며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위성방송의 사업성 분석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고 말하고 있다.

한 민간기업은 외국 위성사업자가 한반도 상공에서 확보해놓은 위성궤도를 편법으로 구입, 사업하는 자구책까지도 검토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어린이및 청.장년은 외국 위성TV방송에 깊이 젖어들고 있다.

외식업소인 서울사당동 TGI프라이데이 본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국내 지상파방송보다 외국 위성방송을 더 선호해 전국의 10여개 체인점내에 안테나등 수신시설을 구비했다" 고 말했다.

홍콩스타TV에 따르면, 파라볼라 안테나를 가진 한국내 스타TV 시청자는 1백70만 가구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케이블TV망에 연결된 외국위성방송 시청자를 약2백만 가구로 추산한다.

전문가들은 위성방송 기반이 불모지인 국내에서 활개를 치는 외국방송과 외국문화.상품이 우리나라 무역및 무역외수지 적자의 '주범' 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배후' 는 다름아닌, 위성TV방송의 심한 '무역역조' 다.

우리 위성방송의 '수출' 은 연내 아시아권에서 한국 프로그램을 외국어로 방송하기로 지난 9일 결정한 '서울국제위성텔레비전' 이 고작이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방송을 시작한 위성 교육방송에 대해 '실용화시험국' 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허가 근거를 마련해 줬다.

그러나 본격적인 위성방송 시대를 여는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공보처와 정보통신부등 관계부처는 통합방송법안은 선거정국이 지나야 정치권이 마련할 것이라며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다.

도쿄·베이징·홍콩=이중구.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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