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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인자 마샤 오빠, 야한 농담의 짜릿한 매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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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10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이 4월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겨울 일본에 갔을 때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극장 앞에서 약 13분간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망설였던 이유는? 관광객의 하루 식사비에 맞먹는 1800엔(지금 환율로 치면 거의 3만원!!)이라는 거금의 입장료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볼 수밖에 없었던 건? 물론 영화 주인공인 후쿠야마 마사하루(40사진), 일명 ‘마샤’ 오빠 때문이었다.

이영희 기자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한국 언론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이름은 대개 ‘기무라 다쿠야(37)’라는 이름과 한 세트로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무라가 무려 15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여성잡지 ‘앙앙’의 ‘좋아하는 남자’ 설문조사에서 1위만큼이나 끈질기게(약 10년간) ‘만년 2위’를 사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잡지에서 조사한 ‘결혼하고 싶은 남자’ 순위에서는 그가 부동의 1위를 지키지만, 그거야 기무라가 이미 딸을 둘이나 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무효.

이런 두 사람의 경쟁구도는 일본 연예계에서도 곰국처럼 오래오래 우려먹고 있는 화젯거리인데, 지난해에는 NHK가 2010년 방영 예정인 ‘료마전’의 주인공을 둘 중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 한동안 시끄러웠다.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로 꼽는 근대화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 역할인 만큼 ‘최고 중 최고의 남자’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논란 끝에 이 역할은 후쿠야마에게 돌아갔다.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외견상으로는 ‘만년 2인자가 거둔 뜻 깊은 승리’였던 셈.

만년 2등이라 하니 왠지 구리구리할 것 같지만 천만에, 후쿠야마는 ‘쿨한 남자’라는 이미지, 흔한 패션 용어를 빌리자면 ‘무심한 듯 시크(chic)한’ 매력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다. 일본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훈훈한 기럭지’(180cm)에 깔끔한 얼굴, 중저음의 섹시한 목소리를 갖춘 데다 작곡·작사·노래까지 직접 소화하며 20여 년간 일본 최고의 남자 뮤지션 자리를 지켰다.

특이한 건 일본 여성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의 거침없는 ‘시모네타(下ネタ·야한 농담)’ 때문이라는 점이다. 인기 라디오 DJ이기도 한 그는 방송 중의 모든 상황을 성적인 농담과 연결시키는 ‘시모네타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내 일본인 친구 중 하나는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뱉는 상스러운 농담이라니, 그 부조화가 짜릿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평을 나지막히 들려주기도 했다.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가수로서 더 인지도가 높은 후쿠야마가 처음으로 도전한 영화다. 이 작품에서 그는 모든 사건의 비밀을 척척 풀어내는 천재지만 이론 이외에는 관심이 없으며, “연애의 단위는 무엇이지?” 같은 질문을 능청스레 던지는 괴짜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를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단 영화를 보기 전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드라마 ‘갈릴레오’를 먼저 챙겨보는 게 좋다. 지난해 후지TV에서 방영돼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를 뒤늦게 본 한국 팬들이 “내가 왜 이제야 마샤를 알게 됐던가”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는 후문. “지쓰니 오모시로이(실로 재미있군)”라는 후쿠야마의 명대사가 입 안을 뱅뱅 돌 때쯤 되면 일본 여자들이 왜 후쿠야마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혼하겠다고 나서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지도.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가요·만화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를 향한 팬심으로 일본어·일본 문화를 탐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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