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풀린 기아사태…현대·대우 특수강 참여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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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교착상태에 빠져왔던 기아사태가 급진전되는 기미다.

중요한 것 둘중에 하나가 일단 풀렸다.

김선홍 (金善弘) 회장의 사표문제가 아직 남아있으나, 감원등에 대한 조건없는 노조 동의서 제출이 기아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데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측이 제3금융권의 채권행사 유예동의서를 받아 오겠다고 통보해 온것도 진일보에 속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반신반의 (半信半疑) 하는 분위기지만 일단 이것만이라도 이뤄지면 부도유예기한 이후 급박한 부도위기에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기아측이 전경영진의 주식포기각서를 내겠다고 나온데 대해서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지분율이 얼마 안돼 경영권 포기의사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아측으로선 金회장 사퇴서 대신 경영진 주식포기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채권은행단의 金회장 퇴진요구를 무마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기아측이 24일까지 이같은 약속을 지켜낸다면 일단 기아자동차는 자체 정상화를 향한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아측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아직도 많다.

우선 1백43개 채권기관의 채권행사 유예 조치를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느냐가 미지수다.

진로의 경우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동의서를 모두 받아놓고도 일부 금융기관이 약속을 깨는 바람에 화의 (和議) 신청을 내기도 했다.

채권행사 유예에 못지 않게 중요한 변수는 기아자동차가 계열사에 서 준 빚보증을 해소하는 일이다.

기아특수강이나 아시아자동차는 자산보다 빚이 많아 이들 계열사를 처분하더라도 기아자동차의 보증채무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채권단은 특히 기아자동차가 1조1천억원의 지급보증을 서 준 기아특수강의 경우 공동경영 의사를 표시한 현대.대우가 떠안는등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기아특수강은 법정관리에 넣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와 현대.대우의 협상이 기아사태 해결에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운영자금 마련과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는 일도 기아가 풀어야할 과제다.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채권행사 유예조치를 받아도 스스로 쓰러지게 된다.

또 채권은행단이 기아 협력업체가 들고온 진성어음을 할인해주지 않고 있어 협력업체 도산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기아의 걱정거리 중에 하나다.

협력업체의 도산이 늘면 기아자동차의 생산라인도 함께 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기아측이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받아 정상화를 앞당기려면 金회장의 거취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윤호.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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