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자위대 독자적 지휘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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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 다국적군에 참가하는 일본 자위대의 지휘권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가 독자적 지휘권을 갖기로 미국.영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은 공사급 수준의 구두 약속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외상이 지난 18일 중의원 이라크 재건지원 특별위원회 심의에서 "미국.영국 주재 공사가 주재국 외교 관계자와 만나 '다국적군의 지휘 하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는 등 5가지 원칙에 대해 구두 양해를 얻었다"고 밝힌 사실이 19일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과 언론들이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자위대 지휘권 문제는 공사급 수준의 구두 약속이 아니라 정부간 정식 문서에 따른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할 중대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오카다 카츠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위헌 논란이 있는 문제임에도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면서 "화근을 남길 수 있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사히(朝日).마이니치(每日) 신문 등 자위대 파견에 비판적인 언론들은 가와구치 외상의 발언을 1면 머리기사와 해설기사로 다뤘다.

파문 확산의 배경에는 해외 군사활동을 금지하는 헌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맞물려 있다.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독자적 지휘권 아래에서 인도.재건 지원에 한정된 활동을 한다면 위헌 논란을 비켜갈 수 있지만 전투 행위를 총괄하는 다국적군 사령부의 지휘 하에 편입되면 상황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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