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출마·불출마 중간쯤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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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4·29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재다. 한나라당은 9일부터 후보자를 공모한다. 민주당 한광옥 고문은 5일 전주 완산갑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확정된 인천 부평을, 경북 경주, 전주 완산갑, 전주 덕진 등 4개 선거구에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만 벌써 52명이다. 장외에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원외 거물들의 저울질도 한창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재·보선의 성적표는 향후 정치 권력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그래서 더 뜨겁다.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인사들의 눈과 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연수 중인 정동영(56·사진) 전 통일부 장관에게로 쏠렸다. 다음 주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방침이 정해진 가운데 4월 전주 덕진 출마설이 돌고 있는 데다 그의 입장 표명도 임박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5일 민주당에서는 한때 “정 전 장관이 곧 출마 포기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정 전 장관의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그의 출마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출마와 불출마의 중간 지점에서 막바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가 출마 쪽으로 기운다면 당내에선 공천 문제를 둘러싼 상당한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갈등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와 DY계로 불려 온 구주류 사이에 권력 투쟁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정동영’이라는 단어 자체가 당내에선 금기”라며 “돌아온다면 수도권 의원들로부터 공천 반대 목소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송영길 최고위원, 최재성 의원 등은 수차례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민주당이 3일 재·보선에 한해 공천권을 사실상 당 지도부에 일임하도록 당헌을 개정한 것도 정 전 장관의 복귀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복귀를 선언한 뒤에 공천에 탈락한다면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 전 장관은 미국 내에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3일과 4일엔 앤아버의 미시간대와 랜싱의 미시간 주립대에서 잇따라 강연했고, 7일엔 미국 내 지지자로 구성된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라는 외곽단체 출범을 위한 준비모임을 워싱턴DC에서 열 계획이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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