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문 못 여는 잠실 신축 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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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잠실동 지하철 신천역 7, 8번 출구 사이엔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서 있다. 주공 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리센츠(5563세대)에 딸린 상가(사진)다. 연면적 3만9200㎡,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에 450개 점포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아파트 입주 후에도 상가는 반 년이 넘도록 출입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잠실 주공 2단지 재건축 사업은 1998년부터 추진됐다. 2000년 서울시는 ‘아파트 단지만의 재건축 사업은 허용될 수 없고 단지 내 상가를 포함해 재건축을 시행해야 한다’며 지구개발 기본계획을 고지했다. 이후 상가를 확장한다는 계획이 정해졌고 아파트조합 부지 중 3504㎡가 상가 부지로 편입됐다.

아파트조합과 상가추진위(상가조합)가 만들어졌고, 두 조합은 2005년 ㎡당 908만원(평당 3000만원)의 감정가에 합의했다. 하지만 아파트조합원들은 헐값에 넘긴다며 반발했다. 2007년 아파트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세용씨는 “상가 분양이 시작되는 2008년 기준으로 감정가를 다시 정하자”고 상가추진위에 요구했다. 그사이 땅값은 이미 2배나 올라 있었다.

결국 두 조합 간에 30여 차례의 소송전이 이어졌다. 법원은 ‘감정가 산정이 적법했다’며 상가추진위의 손을 들어줬다. ‘아파트조합이 상가 분양신고를 하지 않을 땐 하루에 1000만원씩 상가추진위에 지급하라’는 판결도 받았다. 하지만 아파트조합장이 상가 이전고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상가 분양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맞서 상가추진위는 지난해 8~9월 7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대지를 가압류했다.

두 조합은 지난해 12월 가압류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법원 결정을 이행한다는 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일부 상가조합원이 추진위의 상가 배정에 반발해 상가 소유권 이전등기를 막았다. 아파트조합도 “상가추진위가 상가 배정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며 또다시 이전고시를 미루고 있다. 두 조합은 이전고시 이행과 상가 배정 문제 해결을 서로 요구하며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송파구청 담당자는 “아파트조합과 상가조합 간 알력은 재건축 사업장에서 비일비재한데 잠실 2단지는 그중에서도 극단적 케이스”라며 “민사 사건이라 구청의 중재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보는 건 주민들이다. 아파트 주민 장윤이(35·여)씨는 “불 꺼진 큰 건물이 떡 버티고 있으니 죽은 동네 같다. 밤에는 다니기도 무섭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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