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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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성의 사회적 자각을 소재로 한 페미니즘 성격의 영화다.

소설가 공지영씨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주인공인 혜완.경혜.영선은 대학때부터 붙어 다니던 단짝친구들이다.

이 영화는 이들이 결혼생활에서 부딪힌 성차별의 이야기와 자기회복 과정을 멜로분위기로 엮어내고 있다.

이들은 학창시절에는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면서 인생을 힘차게 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와 결혼생활에 편입되고나니 사정이 다르다.

작가생활을 하는 혜완은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고 이혼까지 하게된다.

이혼후 새출발을 한 그는 홀로 서고 싶은 생각과 끊임없이 남자에게 기대고 싶은 충동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경혜는 겉보기로는 화려한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게된다.

사회적 캐리어와 행복한 가정을 동시에 쥐게된 그녀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도 맞바람을 피우며 자유롭게 사는 생활 방식을 택한다.

가장 재능많았던 영선은 남편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 보상을 받는다.

그는 남편과 영화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는데 생활고가 닥치자 학업을 포기한다.

남편은 영선의 시나리오로 졸업작품을 찍었고 귀국후 유망신인이 된다.

하지만 영선은 뒤늦게 남편의 성공과 자신의 인생은 별개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자살을 기도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세 여자는 다시 만나는데…. 이들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보편적인 불행이라는 것이 원작소설과 영화의 공통된 외침인데 이를 보는 남자관객과 여자관객의 시각이 상당히 엇갈린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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