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브랜드 안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화장품 메이커들이 잇따라 '브랜드 영구 사용' 을 선언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통상 2~3년마다 주력 브랜드를 바꿔왔다.

㈜태평양의 경우 리바이탈→탐스핀→미로→마몽드→라네즈등으로 브랜드를 교체했고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런체 태평양을 선두로 업체들이 '더이상 브랜드를 바꾸지 않고 대표 상표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겠다' 고 나선 것. 태평양은 최근 "94년부터 사용해온 '라네즈' 브랜드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겠다" 라고 밝힌 뒤 실제로 최근 로고만 간단히 바꾼 라네즈 가을제품을 내놓았다.

이어 LG드봉도 '이지엎' (94년 발매) 을, 쥬리아는 '수세미' (93년) 를 계속 주력브랜드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평양 관계자는 "브랜드를 계속 바꿀 경우 특정 화장품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이탈하기 쉬운데다 외국 유명화장품처럼 장수 (長壽) 브랜드를 키우기 어려워 이같이 결정했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의 진짜 배경은 올 5월말부터 도입된 판매자가격표시제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판매자가격표시제란 종전 제조업체들이 부치는 권장소비자가격 대신 소매업체들이 자신의 가게에는 파는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 전에는 화장품회사들이 물건을 출고할 때 바깥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했는데, 이 때문에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이를 바로 가격에 반영할 수 없었다.

가격인상은 신고제이지만 정부의 물가관리때문에 사실상 '허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체들은 값을 올리기 위해 브랜드를 바꿔 새 상품을 내놓는등의 편법을 가끔 동원하곤 했는데, 판매자가격표시제 도입으로 이런 부담이 줄어든 것. LG생활건강측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애써 명성을 쌓은 브랜드를 자꾸 바꿀 필요가 없어졌으며, 신제품을 낼 때마다 투자했던 엄청난 수백억원대의 광고.판촉비를 줄일 수 있어 가격인하 가능성까지 생기게 됐다" 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의 이번 움직임이 효과를 거둘 경우 다른 업종에도 확산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