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향객들 달래줄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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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마음은 이미 고향에 다다랐지만 추석 귀성전쟁에 발들은 묶여있다.

지루하고 고달파 고향 가는 설레임은 자칫 짜증으로 바뀌기 십상. 자동차.기차.버스로 장도 (長途)에 오른 귀성객들의 조급증을 달래줄 책들을 소개한다.

고향의 오붓한 정, 인생살이의 따뜻한 미담, 머리 식혀주는 잡학상식 등 풍부한 얘기거리를 안고가면 친지들과의 만남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생활 에피소드]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노부모, 서로를 생각하는 형제자매. 추석날 고향집에 모여 앉으면 느끼게되는 살붙이의 정처럼 평범하지만 훈훈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식.부모.교사 등 어디서나 부딪치는 사람들이 빚어낸 감동적인 일화를 모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이레刊) . '대지' 의 작가 펄 S 벅 등 유명인들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대부분 평범한 독자들이 보내온 편지글로 이뤄졌다.

별거한 부모가 재결합하기를 바라며 '사랑한다' 는 말로 시험지를 가득 채운 꼬마, 매일 도시락을 손수 싸주며 냅킨에 편지를 써준 아버지 등 가슴 적시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일본에서 2백50만명이나 참가했다는 작은 친절운동의 체험담을 묶은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이야기' (살림) 도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 길 잃은 아들을 집까지 데려다준 초등학교 2학년의 조막손과 치매에 걸린 노모의 말벗이 되어준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친절등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이라는 예화들을 보여 준다.

이밖에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김영사) '마음의 창을 여는 삶의 이야기' (박우사) '삶이 아름다운 열네가지 이유' (새로운 사람들) 등이 나와 있다.

[상식 모음집]

꽉 막힌 길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을 가벼운 상식책으로 잠시 잊어보자. 가족끼리 퀴즈를 풀듯 재미있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고향이 성큼 가까워진다.

문학.음식.전쟁 등 여러 범주로 나누어 토막상식을 모아 놓은 '책속의 책' (전2권.우리문학사) ,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던 개화기의 단면을 다룬 '이것이 한국 최초' (지원) , 동물들의 습관을 비롯한 자연현상을 설명한 '세상에서 가장 궁금한 324가지 질문' (청담문학사) , 인류학.천문학.고고학적 지식과 연관된 과학정보를 주제로 한 '너 이거 알아?' (전2권.자작나무)가 그것. '책속의 책' 은 세계에서 소설을 가장 많이 판 작가는 영국의 아가사 크리스티이며 바흐의 가문에는 무려 52명의 음악가가 있었다는 등 문화관련 상식을 주로 다른 것이 특징. 과학상식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는 '세상에서…' 과 '너 이거 알아?' 는 수염으로 시력을 보완하는 쥐, 냄새로 산아제한을 하는 딱정벌레, 숫사슴 소리로 암사슴을 유인하는 호랑이 등 생태계의 신비를 담고 있다.

이외에 '유레카 유레카' (세종서적) '옛날에도 일요일이 있었나요?' (서운관) 도 잡학다식한 독서욕을 충족시켜 준다.

[고향 소설]

"어느덧 실향인이 돼버리고 말았다는 느낌을 털어버릴 수가 없다.

막상 퇴락해버린 고향 풍경을 대하니 나 자신이 그토록 처연하고 헙헙하며 외로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이문구씨의 '관촌수필' (문학과지성사) 의 한 부분이다.

대천 앞바다를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는 충남 보령시의 관촌이라는 언덕 동네. '관촌수필' 은 작가의 고향인 그 관촌의 훈훈한 인심, 텁텁한 막걸리 맛 같은 옛 삶을 토착적 언어로 구성지게 다루고 있다.

현기영씨의 '마지막 테우리' (창작과비평사) 는 작가의 고향인 제주도를 다룬 중.단편소설등을 담고 있다.

개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주도 푸른 초원에 홀로 남은 테우리 (목동) 의 삶, 옛 제주 여자의 보편적인 삶이었던 잠녀 (潛女) 의 삶등을 통해 지금은 아스라히 잊혀진 제주도 삶의 방식과 상처등을 다루고 있다.

이순원씨의 연작장편 '수색, 그 물빛 무늬' (민음사) 는 가슴 속에 고이 간직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며 가족과 고향의 의미를 묻고 있다.

이 땅에 사는 전통적인 어머니 모습을 구수하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루면서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을 내비친다.

그러면서 그러한 어머니상과 사람 사이의 살가운 정이 곧 고향의 요체임을 드러내주고 있는 작품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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