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준비하는 중국 공산당]下.이념과 제도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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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유제 형식에 매달리기보다 경제발전을 위해 소유제의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

장쩌민 (江澤民) 당총서기겸 국가주석은 지난 5월29일 공산당 중앙당교 (黨校)에서 고급 당간부들을 대상으로 향후 개혁방향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직장.단위별로 학습회가 열렸다.

바로 제15차 전국대표자대회 (15전대회) 의 새로운 이념.제도 개혁과 관련된 정지작업이었다.

이념.제도 개혁은 '중국 공산당의 21세기호 (號)' 를 이끌 새로운 나침반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덩샤오핑 (鄧小平) 사후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는 장쩌민 (江澤民) 총서기는 경제분야에서▶적자와 비효율로 상징되는 국유기업의 개혁▶중서부 지역의 절대 빈곤층 (6천만명으로 추정) 해소▶상대적으로 뒤처진 농업분야의 지속적 발전등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중국의 경제발전 수준이 아직 멀었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있는 소유제 형식도 과감하게 받아들이자는 이 논리는 사실 지난 87년 13전대회에서 자오쯔양 (趙紫陽) 당시 총서기에 의해 이미 제기된 이론이다.

江총서기가 새삼 이번에 이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제도개혁에 앞서 기본틀인 '이념' 을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유기업 개혁의 오랜 장애였던 '공유제냐 사유제냐 (姓公姓私)' 라는 논쟁은 15전대회를 계기로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대형 국유기업 1만8천개중 주요 업종.산업에 속한 1천개를 빼놓고 '사실상의 사유제' 를 추진하는 쪽으로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제나 주식합작제, 그 어떤 소유제에 연연하지 말고 부패.비능률.저 (低) 생산성을 타개할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93년 국유기업 개혁방안으로 '현대기업제도' 를 도입, 이미 대형기업 1백개를 시범기업으로 선정해 12개를 주식회사로, 13개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국유기업의 주식제 전환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제는 사유제를 부활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주장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에 대해▶주식제를 도입하더라도 국유지분이 51% 이상을 보유할 것이며▶국가기간산업.방위산업등은 국가가 1백% 주식을 소유한다는 점등을 들어 반대론을 틀어막고 있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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