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살충동 전문의 치료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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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끝이 안보이는 불경기, 정치권의 혼미, 연이은 대형사고….

사회전반에 깔린 저기압 탓인지 요즘 "살맛 안난다" "우울하다" 는 말을 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지난 7일 서울대병원 의사학술모임에서는 인간의 기분장애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우울증을 집중적으로 다뤄 관심을 끌었다.

우울한 느낌은 슬픈 상황을 당할 때 인간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 그러나 우울증도 상황과 정도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학적으로 '우울' 은 슬픔과 구별된다.

슬픔은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했을 때 서러움과 연민을 느낄 때처럼 정상적인 감정상태인 반면 우울은 객관적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생활이 우울한 기분에 쌓여 염세감.자책감.절망감.정신운동 저하등을 느끼는 정서 (情緖) 의 병적 상태라는 것.

"세상만사 재미있는 일이 없고 모든 일이 귀찮게만 느껴져요. 후회되는 일 뿐이고 미래도 희망이라곤 없는 것 같아요. 기분이 우울해선지 머리도 아프고 밥은 모래알 씹는 기분으로 먹어요. 물론 소화도 안되고 기운도 없지요. 그저 사춘기 소녀처럼 사소한 일에도 슬프고 눈물이 납니다.

이따금씩 잠자리를 요구하는 남편은 귀찮은 존재일 뿐이에요" 라는 Y씨 (여.38) 는 생에 대한 절망감에 빠져 요즘은 심한 자살충동때문에 거실에 나오는 것도 기피하고 있다.

Y씨의 경우가 전형적인 우울증. 서울대의대 정신과 김용식 (金容植)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언제나 자살 가능성이 있는데다 신체적으로도 쇠약해 있는 경우가 많아 서둘러 발견해 치료를 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특히 환자가 ▶심한 불면증.초조감.전신쇠약.갑작스런 감정폭발.절망에 사로잡혀 일을 놓는 경우 ▶절친하던 사람과 만나기를 거부할 때 ▶가족이나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엔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주로 성인에게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우울증이 최근엔 발병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 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홍강의 (洪剛義)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은 급속한 사회변화,가족체계 붕괴, 어린이에 대한 정서적인 보호 감소등이 요인" 이라며 "조기치료가 안될 때는 만성화된 우울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충분한 교육과 상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것" 을 당부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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