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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멸구 극성 쌀 수확량 감소 우려…농약 부족으로 방제 차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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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상최대의 풍작을 꿈꾸던 들판에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나 농약부족으로 방제에 차질이 빚어져 수확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농협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2백92t의 벼멸구 약이 최근 닷새만에 완전히 동났고 시.군 농협마다 1만~2만봉지씩 더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물건을 대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자 전북과 경북지역으로부터 농약을 공급받는 등 긴급대책을 마련했지만 농민들의 수요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전북지역의 경우도 벼멸구 방제에 1천5백78t의 농약이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량이 9백15t에 불과하고 농민들이 많이 쓰는 가루약 (粉劑) 은 재고량이 없어 농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전체 논 17만2천㏊ 가운데 38.4%에 벼멸구가 발생한 충남도의 경우도 최근 충북지역에서 농약을 공급받은 데 이어 9.10일 이틀동안 벼멸구약 12만봉지를 농가로부터 신청받아 농림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도는 4일부터 9일까지 1차로 도내 농가로부터 모두 21만봉지의 농약을 주문받아 공급했다.

1만8천㏊의 논에서 벼멸구가 번지고 있는 경남도의 경우는 현재 8만8천여㏊에 뿌릴 수 있는 농약재고량을 갖고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피해가 많은 사천.남해.고성 등 바닷가 지역에서는 농약이 부족해 양산.밀양.합천등에서 농약을 공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 농약상의 벼멸구약값은 전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1천6백원하던 밧사분제가 최근에는 2천원 이상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벼멸구 약이 달리는 것은 벼멸구가 90년 이후 거의 발생치 않아 농약회사들이 생산을 적게 한 상태에서 올해 벼멸구가 전국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기 때문. 더욱이 긴급생산대책도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데다 벼멸구 약을 만드는 3개 농약회사의 생산능력이 아주 적어 수급사정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농민회전남도연맹 정원실 (鄭元實.47) 의장은 "벼멸구 피해로 멍석을 깐 것처럼 군데군데 벼가 주저앉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며 "당국이 농약비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올 벼농사가 막판에 크게 어그러질 것같다" 고 밝혔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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