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해 처벌' 헌법 소원 낸 조홍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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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종합보험 가입 운전자의 경우라도 교통사고를 내도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헌법소원을 낸 주인공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홍주(30)씨. 그는 교통사고 중상해 피해자다.

조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으로 개인적 이득은 없지만 사람들이 운전할 때 더 조심하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도록 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니던 조씨는 2004년 9월5일 오후 1시께 서울 도곡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정신을 잃어 기억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조씨는 "나중에 친구의 설명을 들으니 승용차에 받혀 공중으로 붕 뜬 뒤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귀에서 수도꼭지 틀듯 피가 콸콸 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조씨는 17시간 동안 뇌 안에 가득찬 피를 빼내는 수술을 받았다. 입원한 기간만 무려 4개월. 얼굴과 몸 왼쪽에 마비 증세도 왔다. 같은 해 12월 퇴원한 뒤 1년 간은 매일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지금까지도 통원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조씨는 "가해자는 강남 지역에 산다는 남자였는데 승용차로 아이를 데려다 주고 가던 길이었대요. 수술 끝나고는 왔다던데 전 한번도 본 적 없어요. 아마 벌금 얼마 내고 말았겠죠"라고 말했다.

또 "병원에 있는 동안 노트북으로 검색해보니 이렇게 사고를 낸 경우에도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안 받는다는 내용의 판례가 있었다"며 "가해자에 대한 미움보다 화가 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어차피 소급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본인에게는 이득이 없지만 조씨는 법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퇴원하자마자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큰 사고를 내도 아예 기소하지 못하게 한 조항은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결국 4년만에 위헌 결정을 받아 냈다.

조씨는 "솔직히 위헌 결정이 안 날 줄 알았다"며 "논문 몇 편을 쓰는 것보다 더 큰 사회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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