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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불법 다운로드’ 포털도 함께 책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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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개인 블로그에 음악이나 동영상을 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 취미로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올린 콘텐트 때문에 고소를 당해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받게 되면 당황할 게 뻔하다.

특히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잘 알지 못하는 초·중·고등학생은 고민 끝에 합의금 마련을 위한 인터넷 사기 등 제2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해 청소년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런 고소 사건이 2004년 1만140건, 2007년 2만333건, 2008년 7만8538건이나 된다. 그러잖아도 급증하는 민생 관련 사이버범죄를 처리하느라 겨를이 없는 판인데,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방학기간 등을 이용해 학생들이 줄줄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물론 이런 고소도 변호사의 정당한 업무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영리목적 없이 단순히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전시해 이를 감상하게 하는 행위까지 고소해 청소년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 이런 행위가 자칫 일부 변호사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합의금 유도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이어서 아쉽기도 하다.

아울러 오늘날과 같은 뉴미디어 사회에서의 관련 법 적용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범죄의 구성요건이나 고의 없이 행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초범이고 미성년자일 경우 각하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복귀와 재범방지를 위해 미국 경찰이 실시하고 있는 다이버전(Diversion) 프로그램을 응용해 훈방제도를 도입하거나, 영국의 경고(Caution) 제도 등은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개인 블로그도 유명 포털사이트를 통해 만드는 것인 만큼 포털사이트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의 비윤리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네티켓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저작권도 보호하고, 청소년 전과자 양산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정순채 서울동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