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혹시 ADHD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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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한번쯤 걱정해 봤을 법한 얘기다. 주위 상황은 살피지도 않은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누군가 혼내기라도 하면 떼쓰며 울음보를 터뜨리는 아이들. ‘아직 어리니까…’라며 위안을 삼고 지나치면 입학 후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 표진인(42) 박사는 “아이가 잠시도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한다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의심해 보라”고 말한다. ADHD는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산만함), 뛰어다니거나(과잉행동)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받으면 발끈해 울거나 폭력성을 드러내는(충동성) 특징을 지닌다. 그는 “이런 아이들은 하루 4시간씩 앉아 수업을 받아야 하는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습장애로 연결된다”며 “학부모들은 ‘ADHD=질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기능 장애에서 유발된 ‘병’이라는 것.


아이들이 ADHD 증상을 많이 보이는 것에 대해 여러 학설이 있다. 표 박사는 “인스턴트 음식 섭취 증가와 과자·빵 등에 들어 있는 첨가물로 인한 부작용”이라며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뇌세포 활성화를 돕는 버섯과 다시마나 알로에 등을 먹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ADHD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뛰지 마’ ‘공부해’ 식으로 혼내거나 다그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과잉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우선 파악하고, 그 일을 하면서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퍼즐 맞추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부모가 함께 퍼즐을 맞추면서 일정 시간 앉아 있는 훈련을 시키는 게 좋다. 그는 “집중시간이 길어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 아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가 이만큼 하면 엄마는 또 무엇을 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표 박사는 “ADHD와 함께 ‘틱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틱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어깨·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틱장애도 뇌신경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다. 그는 “틱장애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숨을 참지 말라는 것과 유사한 얘기”라며 “부모 앞에서는 자제할 수 있겠지만, 부모가 없는 곳에서 더 심하게 할 수 있다. 1년 이상 틱장애가 계속된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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