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5년째 무보수 방역활동하는 임명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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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봉사활동은 저의 천직인가 봅니다.

비가 내려 못나가면 하루종일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을 정도니까요. "

아침저녁으로 동네 방역을 위해 송파구 골목골목을 누비는 '우리동네 방역사' 임명종 (林明鍾.49) 씨는 이제 자신의 분신처럼 돼버린 흰색 타우너 방역차를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임씨가 차를 몰고 연막을 품어대면 대부분 임씨를 송파구청 방역담당 직원으로 착각하곤 하지만 임씨의 본래 직업은 수퍼마켓 주인. 잠실1단지 아파트 37동앞 '국일수퍼' 가 그의 생활터전이고 방역소독은 무보수 자원봉사일 뿐이다.

임씨가 '동네 방역사' 를 자청하고 나선 것은 지난 92년부터. 원래는 송파구내 각 동별로 자체 방역소독하게끔 돼있으나 모두들 바빠 방역차가 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임씨는 송파구 새마을협의회 총무가 되면서 '아예 도맡아서 하자' 고 결심했다.

이때부터 새벽 5시에 기상, 오전6~8시까지 한바퀴 돌고 오후6~8시에 또 한차례 도는 생활이 시작됐다.

송파구내 28개동을 한달에 두번꼴로 순회하는 셈으로 잠실 한강둔치와 서울교도소 주변도 빠질 수 없는 방역 코스이다.

처음엔 '새벽잠을 깬다' '저녁식사 시간에 꼭 해야 되느냐' 며 불만을 털어놓는 주민도 많았지만, 방역은 일출전.일몰후에 해야한다는 점과 임씨가 무보수로 동네방네를 돌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지금은 방역후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주민들 대부분이 호의적이다.

비가 와서 취소될 경우 '왜 안오냐' 는 주민들 성화에 주말에 보충 방역을 나가기도 한다.

"새벽 골목길 불법주차 차량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요. 또 저녁에는 아이들이 연막을 뒤따라오다가 다치기도 해 걱정도 되고요. "

임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방역통 대신 물탱크를 싣고 잠실1단지~5단지 대로변에 놓여있는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한다.

부인 전봉선 (田奉仙.47) 씨는 "처음엔 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느냐며 싸우기도 많이 했다" 며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기쁜 마음으로 나가는 남편의 모습에 이젠 적극 후원자가 됐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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