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영양과다 중증…세제·음식찌꺼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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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물색깔이 해마다 짙어지고 정수장에 조류 (藻類)가 흘러들어와 물의 여과과정을 방해하는 사례가 전보다 훨씬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

서울시 수질담당 공무원 C씨는 한강의 부영양화 (富營養化.영양물질 과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다. 팔당호등의 녹조 (綠藻) 나 어패류 떼죽음사건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영양화 현상이 한강에서 '1년 내내' 계속돼 유사한 환경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올들어 7월말까지 한강하류 6개 지점에서 부영양화실태를 조사한 결과 연평균 질소농도가 7.17 ㎎/ℓ, 인 (燐) 농도가 0.44 ㎎/ℓ로 심각한 '영양과다증' 을 앓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3일 밝혔다.

측정지점은 노량진.뚝도.가양등이다.

부영양화는 인.질소등 영양이 풍부한 물질이 하천.호소 (湖沼) 등에 과다하게 유입돼 생기는 현상. 이로 인해 남조류 (藍藻類)가 대량 번식할 경우 녹조 (물꽃현상)가 나타나고 수중 산소량이 줄어들며 물고기나 수생생물들이 떼죽음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한강의 질소농도는 부영양화의 국내 판정기준 (질소 농도 1.5, 인 농도 0.1) 보다 약 4.8배, 인 농도는 4.4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부영양화의 지표가 되는 인 농도의 경우 지난 90년엔 0.15였으나 94년엔 0.22, 96년엔 0.2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삼척산업대 환경공학과 허우명교수는 "미국 환경보호국 (EPA) 은 인 농도가 0.025를 넘으면 부영양화로 간주한다" 며 "한강의 지난해 인 농도는 이 기준의 최고 23배에 이르는 '슈퍼 부영양화' 상태" 라고 주장했다.

또 국내 법은 호소의 경우 인 농도가 0.15 이상이면 5급수로 분류하고 있어 한강은 인 기준으로 대부분 5급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강의 영양과다 상태가 팔당등 상류지역에 들어선 수많은 식당.위락시설에서 배출하는 세제.음식찌꺼기와 농.수.축산폐기물등 인.질소가 많이 포함된 오염물질 배출증가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용모 (趙容模) 책임연구원은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강상류에 잠실수중보 (잠실대교) , 하류에 신곡수중보 (행주대교) 를 건설, 유속이 줄어든 결과 한강이 '호수화' 함으로써 주로 호수에서 볼 수 있는 부영양화 현상이 한강에 나타났다" 고 분석했다.

박태균.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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