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항공기 추락사고]악천후 속 착륙시도중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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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항공기 추락참사가 벌어진지 채 한달도 못돼 또다시 캄보디아에서 항공기사고로 한국인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사고는 괌 사고와 마찬가지로 폭우와 강풍이 동반된 악천후 속에서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다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악천후에 대비한 항공기 안전대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사고 비행기는 생산국인 러시아에서 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노후한 기종이었다.

…공항 관제탑에 근무하는 한 관제요원은 "비행기가 지나치게 높은 고도를 유지한 채 빠르게 공항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발견, 착륙을 포기하고 고도를 올려 재착륙을 시도하라고 경고했다" 고 말하고 "그러나 비행기는 고도를 상승시키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뒤뚱거리다 활주로 주변 야자나무에 꼬리를 부딪쳐 추락하고 말았다" 고 설명. 한 목격자는 "사고기는 먼저 야자나무와 1차충돌한 뒤 주변 논으로 떨어졌다" 고 전하고 "논을 약 2백m가량 미끄러진 사고기는 대나무에 묶여 있던 소를 깔아뭉갠 뒤 멈춰섰다" 고 사고당시의 상황을 진술.

…사고현장 주변 논밭에는 처참하게 찢긴 금속 파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활주로에는 비행기 주날개와 엔진부분, 그리고 꼬리부분이 완전히 3분된 채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모습. 한 목격자는 "비행기 동체부분중 제대로 남아있는 조각이 하나도 없다.

전부 새카맣게 타버렸다" 고 말하고 "사고현장은 조각조각난 기체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마치 폭격을 맞은 것같았다" 고 설명.

…베트남항공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에 급파된 공항구조대원중 일부가 죽거나 혹은 죽어가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귀중품을 약탈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폭로. 여객기 추락당시 프놈펜의 국제공항에 있었던 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면서 "그들은 희생자들 사이로 비집고 다니며 귀중품을 약탈하고 있었다" 고 말하고 단지 5명의 구조대원만이 불타고 있는 기체 안에 들어가 생존자들을 끌어내고 있었다고 전언. 그는 공항 구조대원들이 활주로에서 수백 떨어진 사고현장에서 달러와 여권.보석가방, 그리고 심지어 승객의 가방에서 옷가지들까지 챙겨 달아났으며 일부는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은 불에 검게 그을린 기체 잔해와 시신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운데 긴급 충돌한 구조대가 희생자들의 소지품과 여권조각등을 주워모아 신분을 확인하느라 진땀. 게다가 사고현장이 큰길에서 2㎞정도 떨어져 있어 도로 개설작업이 끝나야 본격적인 시신수습등의 활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현지 공관은 보고.

"시신30여구 발굴 안돼"

…외무부 당국자는 3일 "65명의 사망자중 35구 정도의 시신이 발굴됐으나 아직 30여구의 시신이 발굴되지 않고 있어 이를 위해 구조대원을 파견할 방침" 이라면서 "캄보디아정부와 내무부등 관계부처가 절차문제를 논의해 결정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5일 베트남항공편으로 현지로 출발할 유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4일부터 여권발급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유가족들이 조속히 출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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