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연극제 리뷰]개막 축하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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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31일 오후5시부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27차 ITI (국제극예술협회) 총회및 세계연극제 97서울/경기 개막행사는 모든 연극관계자들이 성공적인 연극제를 기원하는 또 하나의 이색적인 무대였다.

이날 개막행사는 개막선언과 축사등 '공식적인' 의전절차외에 춤과 연극의 여러 단편들을 하나의 이벤트로 묶어내 눈길을 끌었다.

디딤무용단의 '북의 대합주' 와 다국적 연기자들이 참여하는 연극 '리어왕' , 최청자 툇마루무용단의 '세계는 하나' , 독일 자샤발츠무용단의 '거리에서' 하이라이트등이 그랬다.

'북의 대합주' 는 우리 전통타악의 좋은 가락과 울림을 바탕으로 만들어 잔치의 개막순서로 어울리는 느낌을 주었다.

이 작품은 벌써 몇년째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단골 개막작품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꽤 익숙한 명작이다.

짧게 줄여서 내놓은 것이어서 작품 전체에 비해 박력이 떨어진 게 흠이었다.

'리어왕' 의 하이라이트는 출연자의 면면이나 작품의 방향을 알리는 잠깐동안의 재미로는 좋았다.

6개국 출연자들이 제작기 자국의 목소리로 닭울음 소리를 표현해내는 재치등은 곧 선보일 전체 공연에 대한 기대를 한껏 갖게했다.

'거리에서' 역시 전체작품의 위트있는 축소판으로 '맛뵈기' 의 역할을 다했다.

앞선 작품들과 달리 '세계는 하나' 는 기념식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 대회기와 만국기를 소품으로 활용해 개막의 감격과 대회의 의미를 표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개별작품의 수준을 살리는데 미흡한 엉성한 구성과 TV의 뒤늦은 생방송 결정으로 시작시간이 4시에서 5시로 변경된 것은 조직위원회의 세심한 손길이 아쉬운 대목이다.

개막식과 별도의 축하공연으로는 국립극단의 '시집가는 날' (오영진 작.김상열 연출, 6일까지) 과 극단 목토의 '오우제97' 두 작품이 선보였다.

둘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판이했다.

'시집가는 날' 은 그동안 실험.가교.국립등 여러 극단에서 좋은 공연기록을 쌓은 작품이다.

이미 알려진 작품의 새 공연에는 새로운 배우의 연기와 달라진 연출의 손길이 주목대상인데, 이번 무대는 이점에서 흡족했다.

극진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과 '미언' 과 '이쁜이' 의 만남을 더 적극적인 의지의 선택으로 표현한 연출의 해석이 눈에 띄는 요소였다.

맹진사댁 가옥의 사실적인 표현도 좋았으나 장면연결때마다 등장한 그림막의 처리는 영 어설펐다.

한편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오우제97' (이영란 연출) 은 젊은이들의 실험정신을 가늠하는 무대였다.

구히서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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