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장미의 눈물' 점입가경…미스터리 다층구조 탄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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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중반으로 치닫는 16부작 SBS 수목드라마 '장미의 눈물' (극본 이덕재.연출 문정수) 이 점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베일속에 가려진 살인사건의 진범찾기 과정에서 한꺼풀씩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숨겨진 과거들이 미스터리의 다층구조를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

아픈 과거들이 회상신을 통해 하나씩 들추어짐에 따라 그들의 상처와 숨기고픈 기억들은 보는이들의 것으로 전화돼 공감을 얻어낸다.

그래서 얼키고 설킨 과거들이 짜낸 현재로 대표되는 김중만 (남성훈) 피살사건이 어떤 복잡한 경로를 따라 일어나게 됐을까에 의문은 집중된다.

하지만 제작진은 "살인사건의 진범찾기에만 집착하지 말아달라" 고 주문한다.

극의 메시지를 온전히 포착하기 위해선 아픈 상처의 원인 (遠因) 찾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한 여인과 자식들을 저버린 아버지가 뿌린 불행의 씨앗. 인옥이의 순결을 짓밟은 의붓 이모부 최상구 (김학철) 의 몰염치한 행위. 매춘과 마약밀매에 백장미를 끌어들이는 김일두 (김종헌) 의 차가운 배금주의등. 동물보호협회 회원 주영모 (조민기) 로 대변되는 상처의 치유과정에도 주목해야 한다.

'장미의 눈물' 의 초반 성과는 아무래도 다분히 연기력이 확연히 신장된 신애라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변화무쌍한 일인다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그대품안에' 에 남아있던 '귀여운 여인' 에 대한 기억들은 그래서 크게 수정되어야 할것 같다.

'장미의 눈물' 제작과정의 뒷얘기들도 극의 흥미를 더해준다.

극중 곳곳에 삽입되는 가슴저린 테마음악은 재즈가수 윤희정의 목소리다.

리처드 기어 주연의 법정물 '프라이멀 피어' 에 삽입된 곡을 '훔치고 싶은 그대' 란 제목으로 번안했다.

극중 천재 바이올리스트 루키 신은 줄리어드 음대를 나와 귀국활동중인 재미교포 전자바이올리스트 유진 박을 모델로 했다.

그의 리허설과 고국무대 연주장면등에는 실제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함께 등장해 이채를 띤다.

지휘자 하성호씨의 모습도 보인다.

영화에서나 보던 다양한 화면들을 감상하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는 흥미를 더한다.

중견 카메라감독 김승호는 극의 흐름에 딱 맞아 떨어지는 화면의 속도감과 명암으로 영상매체인 TV의 가능성을 넒혀 놓았다.

필터와 사각을 적절히 활용했다.

딱 떨어지는 한 장면을 얻기위한 연출가와 카메라감독의 고집의 산물이다.

루키 신의 공연 장면.백장미의 회상 신등에서 물론 이런 실험적 장면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한편 루키 신이 극중 인기 토크쇼인 'SBS이홍렬쇼' 에 출연하는 설정, 김일두가 러브호텔 성관계장면을 폭로한다면서 야한 정사화면을 흘리는 것등 몇장면은 극의 본류와 관련 없는 것이어서 실망을 주기도 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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