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중앙 시평

대북 정책의 양약요법과 한방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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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사일 발사는 또한 대남(對南)용이기도 하다. 최근 남쪽에 잇따라 보낸 호전적인 대남 강경 메시지에 힘을 실어 한국과의 기(氣)싸움에서 힘을 과시하고 우리 사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제까지 남북관계에 임하는 북한의 행태를 바꾸어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해 나가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호전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 흔들고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일 것이다. 물론 북한 내부의 체제 결속을 시도하고 자신들의 실제 미사일 개발 능력을 점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먼저 염두에 둘 것은 미사일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북핵 문제라는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기술능력 자체도 아직은 의문이지만 이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으로 만들어 낼 것이냐가 더 문제다. 따라서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의 완전한 해체가 더 시급하지, 미사일 발사 문제로 북핵 해결을 위한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제 공조체제의 구축이다. 과거 남북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북한은 미사일·핵과 같은 군사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제적인 공조와 압력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의도와 달리 국제사회의 대북공조를 오히려 강화시켰다.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일본을 깜짝 놀라게 해 일본 내부의 군사적 대비태세와 미사일 방어 등 미·일 군사협력을 심화시켰다. 2006년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국까지 유엔 주도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새로 대북특사로 임명된 보즈워스 대사가 이번 주에 한·중·일 3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외교관이다. 이번 아시아 방문을 통해 일종의 공동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도 적극 협조해 국제공조의 틀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태도다. 한국으로선 중국을 공동 대응 전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이러한 위험한 군사게임에 몰두하면 할수록 중국의 인내심은 더욱더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실용적인 자세로 성의를 다하는데도 북한이 그렇게 강성으로만 나간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한 미묘한 국제정세의 흐름을 활용해 국제적 대북정책 공조를 이끌어 내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게임이든 핵 게임이든 군사안보 차원에선 주도면밀한 협상을 통해 대응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 문제라는 그림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군사안보 협상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양약(洋藥)요법인 셈인데 양약요법이 듣지 않을 때는 한방요법도 동원해야 한다. 북한 사회의 근본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사회의 체질변화는 바깥세상과의 경제교류 심화를 통해서 올 수밖에 없다. 비록 서방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북한의 경제와 사회는 의미 있는 체질변화를 지속해 왔다. 아마도 장래에 이것이 북한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대북정책은 그래서 항상 양약요법과 한방요법을 동시에 고려하는 입체전략이어야 한다. ‘원칙 있는 대북 포용정책’의 구체적 실현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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