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얼굴 신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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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에서 약에 취한 얼굴로 처음 나타났을 때, 눈이 번쩍 뜨이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오래가는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금발을 휘날리며 수많은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이 남자, 여자 입장에선 분명 ‘나쁜 남자’지만 그의 이름에 가슴 설레 보지 않은 여성이 있을까.

브래드 피트(46)의 필모그래피를 일일이 꼽아 보는 것은 불필요할 듯하다. 이미 독자들은 그가 출연한 영화 중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을 테니. 개인적으로는 ‘조 블랙의 사랑’에서 난생처음(사실 극중 배역이 천사였으니 태어남과는 거리가 멀지만) 땅콩 크림을 먹은 후 아이처럼 빙그레 짓던 미소와, 또 역시 난생처음 인간 여자와 섹스를 나누면서 당황해하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천하의 플레이보이가 이런 순진한 얼굴을 가질 수 있다니!

2월 22일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 위의 브래드 피트를 보면서 새삼 다시 느꼈다. 보타이(나비 넥타이)를 매치한 턱시도는 남자의 서로 다른 매력을 동시에 끌어내는 매력이 있다는 사실. 특별한 만찬에 어울리는 점잖은 신사의 모습이 앞면이라면, 그 뒷면에서는 학예회에 참가하는 열 살짜리 소년 같은 위트가 배어 있다.

레드 카펫 위에 서는 우리 남자 배우들의 요란한 옷과 비교된다. 위트 있는 신사는 없고, 패션쇼 런웨이에 선 모델들만 있는.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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