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피해 어떻게 구제 받나] 외국 소송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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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에린 브로코비치'. 2000년 국내에도 소개된 미국 영화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이 영화는 오염기업을 상대로 한 4년간의 소송 끝에 3억3300만달러의 보상을 받아낸 실화를 다뤘다.

법률사무소에 어렵게 일자리를 얻은 에린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토지매매 계약서류에서 이상한 의학기록을 발견하고 호기심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에린은 퍼시픽 가스전기회사가 유해중금속을 배출, 주민들에게 건강피해를 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1992년 캘리포니아주 힝클리시 주민 600명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해 보상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통해 환경운동가로 전세계에 이름을 날린 에린은 지난해와 지난 1월에도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시 등을 상대로 환경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환경오염을 둘러싼 소송이 종종 일어난다. 시민들이 소송을 통해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70년대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 워번에서 백혈병 환자가 집단 발생, 환경소송으로 연결된 사건도 존 트래볼타 주연의 '시빌 액션'으로 영화화됐다. 70년대 후반 뉴욕주 서북부에서 발생한 '러브 커낼'오염사건도 마찬가지다. 폐쇄된 운하에 파묻었던 독극물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되고 주민들이 병으로 쓰러졌다. 환경소송 끝에 정부의 조사와 오염지역 복원사업을 이끌어냈다.

이웃 일본의 경우 72년 '요카이치 공해재판'이 대표적이다. 50년대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선 미에현 요카이치시에서는 60년대부터 '요카이치 천식'으로 알려진 천식환자들이 급증했다. 주민 9명이 공단 입주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고 다른 주민들도 소송을 제기, 지금까지 1700여명이 연간 15억엔의 보상비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은중독으로 인한 미나마타병이나 카드뮴 중독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을 둘러싸고 끈질긴 소송이 진행돼 보상을 받아낸 바 있다. 이와 함께 80년대에는 가와사키 고속도로 주변 및 나고야시 남부 도로변 주민들이 국가와 고속도로공단 등을 상대로 대기오염 피해소송을 제기, 피해배상과 오염방지대책 약속을 받아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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