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빼내는 괴짜 웹사이트 '드러지 리포트' 소송휘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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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특종을 미리 빼내는 것으로 유명한 괴짜 웹사이트 '드러지 리포트' 가 최근 송사에 휘말리면서 미국내에서 인터넷상 명예훼손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백악관의 새 보좌관 시드니 블루멘털이 미국의 컴퓨터 통신회사 아메리카 온라인 (AOL) 과 드러지 리포트를 상대로 2백70억원짜리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블루멘털은 자신이 부인 폭행의 전과가 있다는 허위 내용을 올렸다며 드러지 리포트를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했다.

또 AOL에 대해서는 드러지 리포트와 계약을 하고 이같은 내용을 전파했다고 걸고 넘어졌다.

드러지 리포트의 작성자 매트 드러지 (30) 는 사실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뒤 즉각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한 것은 물론 공개 사과까지 했다.

그럼에도 블루멘털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의 공개적인 응원을 받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이 제기되자 과연 인터넷에 사실이 아닌 것을 게시하면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공방이 일게 됐다.

즉 사설 웹사이트를 언론사에 준하는 존재로 볼 것인지, 또 이를 중계한 컴퓨터 통신회사도 언론사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드러지는 할리우드의 조그만 선물가게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어 이같은 그에게 언론인에 대한 윤리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로 봐야 한다.

또 미국의 통신기본법은 컴퓨터 통신회사의 경우 정보제공자가 보내오는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건의 명예훼손 사건은 모두 1심에서 기각됐고 현재 상급심에 계류중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공직자인 경우 해당 언론사의 책임자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고의로 전파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따라서 현재로는 블루멘털이 불리한 싸움을 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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