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만안 보선 승패 어떤 영향 미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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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양만안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특성이나 후보의 면면에서 주목할게 없고, 현역의원의 사망으로 사유가 발생한, 평범한 보선임에도 정치권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선거가 치러지는 시점이 절묘하기 때문이다.

투표일은 4일. 정치권이 격동하는 9월 초입에 치러진다.

큰 판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판세는 자민련의 김일주 (金日柱)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두 야당의 연합공천 덕이다.

신한국당 박종근 (朴鍾根) 후보는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여권은 설명한다.

이 결과가 표로 나타나 자민련이 승리할 경우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후보는 상당한 곤경에 빠지게 된다.

당내 반대파들은 대선승리 회의론의 근거로 선거결과를 제시할 것이 뻔하다.

국면전환을 위해 李대표가 빼든 두 전직대통령 사면카드도 빛이 바래게 된다.

李대표는 다시 수세에서 있을지도 모를 후보사퇴론을 방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후보 경선직후 예산 (禮山) 보선에서 신한국당이 승리하자 그 공이 李대표에게로 돌아가고 인기가 치솟았던 것과 반대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역으로 신한국당이 승리하면 이때는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가 답답해진다.

가뜩이나 저조한 지지율로 야권단일화를 비롯한 각종 합종연횡 협상에서 몰리고 있는 金총재다.

자민련내에서조차 '결단' 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

예산보선의 패배이후 자민련의 어려움이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金총재와 자민련의 속이 얼마나 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여야의 지도부는 틈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김종필총재가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의 손을 잡고 안양에 가 지지를 호소했다.

이회창대표도 1일 신한국당의 현지 정당연설회에 참석해 지지를 당부했다.

김대중총재가 안양에서 "金후보가 떨어지면 나와 자민련의 낭패이고, 야권의 낭패" 라고 말한데서도 여야의 절박한 상황인식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대선정국의 불안정성은 안양의 유권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표의 정치적 의미를 크게 증폭시켜 놓고 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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