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 계층간 이해 조정 나서야할 중국 지도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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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덩샤오핑 (鄧小平) 이 사망한 이후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 (江澤民) 의 체제가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다음달에 열리게 되는 중국 공산당 15차 전국대표대회 (15全大會) 는 따라서 江의 체제안정을 가름하는 중요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江이 이끄는 체제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지난 시대 鄧과는 다른 새 강령과 철학을 갖고 체제를 이끌어야 한다.

현재 江이 내세우고 있는 새 강령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사유제 (私有制)' 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반좌 (反左)' 라거나 '법치 (法治)' 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江의 새 강령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베이징 (北京)에서 대두되고 있는 '고양이 출입문' 에 관한 논리는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자신이 기르고 있는 크고 작은 고양이 두마리를 위해 출입문 두개를 만들었다.

하나는 크게, 또 하나는 작게 만들어줌으로써 이들 고양이가 다투지 않고 집을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일반에 잘 알려진 이같은 이야기는 예전까지만 해도 위대한 과학자 뉴턴도 어리숙한 구석이 있음을 비웃는 소재로 사용됐다.

커다란 구멍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두마리 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두개의 구멍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고양이의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뉴턴의 조치는 매우 합당한 것이다.

아주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입문이 하나밖에 없다면 큰 고양이는 작은 고양이를 제압하려들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나' 만을 앞세운 큰 고양이가 하나밖에 없는 문을 독차지할 수도 있다.

고양이를 위해 두개의 문을 만들어준 뉴턴은 결국 문제의 전면 (全面) 을 관찰하고 있는 과학자의 입장을 잘 드러내준 것이다.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양이의 문을 두개 만들듯이 '전면적 (全面的) 인 시각' 을 갖춰 권력분배 과정에서 각 계층의 이익을 골고루 참작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이익계층이 점차 다기화 (多岐化) 되고 있는 사회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이같은 상황에서 과거의 단순한 '정책조절' 의 관행을 탈피, 다양한 이익계층의 욕구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 건설' 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과거 중국을 이끌었던 중국 당국자들의 원칙은 덩샤오핑이 제창한 '흑묘백묘론 (黑猫白猫論)' 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논리는 이제 중국의 상황을 모두 해결할 수 없게 됐다.

모든 계층의 이익을 고루 대변할 수 있는 제도 건설이 필요한 입장에서 우리는 뉴턴의 '고양이 문'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정리 =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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