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野협조 요청하려다 '쓴소리'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승수 총리(右)가 25일 오전 추경예산과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 정세균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했다. 한 총리가 우선 차나 한 잔 마셔야겠다고 말하며 웃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한승수 국무총리가 국정현안 해결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러 국회에 갔다가 야당 대표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한 총리는 25일 국회에서 정 대표와 만나 2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와 추경예산 편성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권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 움직임에 대해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나섰고, 한 총리도 "국민을 생각해 대승적으로 처리해달라"며 맞서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한 총리는 먼저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추경을 곧 해야 할 것 같고, 국회에 계류된 민생 관련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하루 속히 원만하게 통과되길 부탁드리러 왔다"고 운을 뗐다.

이에 정 대표는 "회계년도 시작한지 한달 반 밖에 안됐는데 지금 추경 얘기하는 것은 정부나 여당이 사과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나도 정부에 있어봤다"는 정 대표의 말에 한 총리가 "바로 그거다. 민주당이 지난 10년간 정권에 있어봐서 이런 문제 잘 알테니 협력을 좀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여권에서 직권상정 운운하면서 숫자로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야당의 진정한 협력 받아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잠시 후 한 총리는 "마실 것 좀 한잔 안주느냐"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정 대표는 바로 "여권의 국회 운영 전략이 지금 같아서는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정 대표의 산업자원부 장관 경험을 언급하며 거듭 협조를 요청했지만 정 대표는 "정부 여당은 한몸이기 때문에 정부가 당정협의 등을 통해 잘 조율해 국회가 잘 돌아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국민을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아니라 정부, 여당, 야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정 대표는 "그러면 국민들이 걱정한다. 야당이 정부 여당의 2중대가 되면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자유선진당도 반응이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총리는 이회창 총재에게 "민생법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회기 내에 정리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총재는 "이 법안들이 경제 난국 해쳐가는데 우선적으로 필요한 법률인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여당이 먼저 문제를 풀어나가는 성의를 보여야 하는데 일단 상임위 열고 안되면 강행하자는 태도를 보이는 게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