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탄생 1백주년 기념 학술대회 작가정신 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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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올해는 한국 근.현대소설의 거목 횡보 염상섭 (1897~1963) 탄생 1백주년. 문화를 사랑하는 국가 같으면 거기에 걸맞는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을 것이나 우리는 썰렁하게 지나가고 있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몇몇 문예지에서 지면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래서는 안되겠음인지 젊은 문학평론.연구가들로 구성된 문학사와비평연구회 (회장 정호웅) 는 지난 22일 출판문화회관에서 '염상섭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를 가졌다.

"염상섭은 올곧은 작가정신의 소유자였다.

요즘 우리문학은 갈수록 가벼워지고 얇아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염상섭의 문학을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한국문학의 현재를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힘을 염상섭문학에서 길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 문학사와비평연구회가 이번 학술대회를 연 취지이다.

1921년 '표본실의 청개구리' 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염상섭은 28편의 장편과 1백50여편의 단편을 남기며 우리 현대소설의 초석을 놓았다.

이광수의 계몽주의를 너머 염상섭의 소설은 '표본실의 청개구리' 에서의 자연주의뿐 아니라 낭만주의.리얼리즘등에 폭넓게 걸쳐있다.

그 작품의 폭만큼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쳐 오늘의 한국소설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그런 염상섭의 작품세계와 작가의 삶을 폭넓게 재조명했다.

10년전 '염상섭 연구' 를 펴내며 그의 소설 연구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조발표를 맡았다.

또 문학평론가 이동하.김재용.김경수.서영채씨등이 주제발표를 맡아 종교.문체.민족관등 염상섭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살폈다.

실질적으로 이번 학술대회를 있게 한 김윤식씨는 당국의 문화적 무관심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민족의 문화적 역량과 자존을 위해서 기념할만한 것은 기념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도 안정되는데 당국도 눈앞에 닥친 물질적인 것에만 너무 급급한 것 같다" 는 것. 더구나 근대문학의 거목 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서울 토박이 작가인데도 서울시의 무관심은 더욱 안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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