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오익제씨 입북 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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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익제 (吳益濟)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동기는 과연 무엇일까. 吳씨가 북의 딸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드러난데 이어 서울의 가족들에게도 편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져 더욱 아리송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吳씨가 북쪽과 가까운 재미교포 김충자씨와 함께 중국까지 간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공안당국은 편지남기기등 현재까지 드러난 그의 행적을 일단 '얄팍한 위장극' 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설사 吳씨가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점이 월북동기로 작용했다면 그냥 북한에 들어가면 되지 왜 센티멘털한 내용의 편지를 남겼겠느냐" 고 반문했다.

게다가 진정으로 북의 가족을 만나고 싶은 것이 유일한 동기라면 굳이 친북 (親北) 으로 알려진 金씨에게 편지를 맡길 필요가 없었다는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친북이 아닌 지인 (知人)에게 남기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북의 가족을 만나러 간다는 사람이 평양역에 도착하자마자 남쪽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김일성 (金日成) 동상에 꽃을 바치고 북한식 통일을 위해 북에서 여생을 마치겠다고 행동한 것도 편지내용과 앞뒤가 맞지않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金씨와 함께 베이징 (北京)에 간 것은 '부부' 로 위장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吳씨가 베이징에서 남긴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가족에 대한 편지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산가족의 비애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 이었음을 재강조하는 내용으로 관측된다.

요는 다른 동기에서의 월북을 '이산가족 만남' 으로 호도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 말이 없고 소심한 그의 성격과 남한을 격렬히 비난하지 않은 편지내용을 감안할 때 吳씨가 '단순한 차원' 에서 그런 편지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못한다.

다른 당국자는 "吳씨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월북을 결심한후 남한에서 '나쁜 사람' 으로 매도되는 것을 다소나마 호도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고 분석했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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